지안은 다시 상점을 찾을 수 없었다.
매일같이 그 골목을 찾아갔고, 골목 앞의 카페에 앉아 몇 시간씩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봤다.
하지만 ‘기억을 파는 상점’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날 밤 이후, 마치 현실에 존재한 적 없는 장소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안은 카페 안에서 낯선 대화를 들었다.
창가 쪽에서 혼자 앉아 있던 남자가, 바리스타와 나누던 짧은 말들.
“눈 오는 날의 기억… 정말 대단했어.”
“그 따뜻한 감정… 내가 겪은 일처럼 선명했거든.”
“그 사람, 마지막까지 널 지켜보다가 돌아섰다더라.”
지안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은 어쩐지… 너무 익숙했다.
마치, 자기가 지웠던 기억을 누군가가 대신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
지안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죄송한데요… 혹시 무슨 이야기 하시는 건가요?”
남자는 말없이 지안을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억을 하나 샀어요.
누군가의 마지막 겨울에 대한 기억이었죠.”
지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어디서요?”
남자는 마치 그게 큰일도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작은 가게에서요.
골목 안에 있었는데… 이젠 없어졌더라고요.
기억을 거래하는 상점이라더군요.
기억은 경험보다 훨씬 진해요.
슬픔이 섞여 있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지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판 기억은, 지금 이 낯선 남자의 것처럼 되어 있었다.
그가 울던 날, 그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 그 차가운 공기와 무너진 감정들이—
이제는 저 사람의 ‘감동적인 체험’으로 남은 것이다.
그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기억은…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에요.”
지안이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이해하지 못한 눈빛으로 웃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겐 아주 소중한 순간이 될 수 있죠.”
지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서 잔을 내려다보다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 순간, 남자의 손목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작은 문신.
가느다란 선으로 이루어진 ‘기억의 병’ 아이콘이었다.
지안은 순간 멍해졌다.
그건, 루나가 기억을 받기 직전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그 병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기억을 거래한 자들에게만 새겨지는 표식일까?
아니면… 또 다른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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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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