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자예요천천히읽으십쇼
겨울에시작해서여름을앞두고끝맺네요
늦어서정말죄송합니다이쿠님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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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딱히 설레이지는 않았다. 노래방에 가는 건 당연하게도 처음이었으며 살면서 노래방에 갈 생각이라곤 한 번도 안해봤다. 괜히 한여름과 같이 갔다가 노래방도 안가본 공부밖에 모르는 친구 없는 새끼로 찍히긴 싫었지만, 노래방 말고 떠오르는 장소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내게 익숙한 장소는 우리 집이나 학교, 독서실 정도인데 거기서 시끄러운 한여름 노래 들을 자신따위 없었다. 물론 예의도 아니고. 그렇게 그 날 수업시간동안 난 한여름과 노래방 생각만 해댔으니, 어쩌면 설렜다고 표현하는게도 맞을지도 모르겠다.
ㅤ— 김겨울! 누나 왔다.
ㅤ— 누나는 개뿔. 빨리 가자.
ㅤ— 그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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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 너무 싫어서 <下>
유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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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한여름 투성이였던 학교에서의 모든 일과가 끝나고 여러 아이들 속에 있던 한여름이 내게로 왔다. 학교에서 시내까지, 시내부터 노래방까지 나는 쭉 한여름의 뒤통수만 좇았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의 연속이었다. 익숙하다는 듯 앞장서는 한여름이 괘씸하면서도 귀엽게 보였다. 귀엽다고? ···아니, 이건 그냥 어린 애처럼 보이니까. 그래서 드는 생각.
ㅤ— 아는 길인가 봐.
ㅤ— 자주 왔으니까 알지. 혹시 처음이야?
ㅤ— 응.
ㅤ— 헐, 미친. 최고의 하루를 선물해주마.
ㅤ최고의 하루따위 필요없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말았다. 한여름 기준에서의 최고의 하루란 뭘까. 해봤자 떵떵거리면서 놀다가 생각나면 공부 좀 하는, 한여름 나름대로의 뿌듯하면서도 또 행복한 하루. 그런게 최고의 하루일까. 나랑은 아예 다르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한여름에게서 시선을 떼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여름이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운 건 오늘 학교에서만으로도 충분했다.
ㅤ— 여기가 내가 맨날 오는 곳!
ㅤ— ···.
ㅤ한여름이 데리고 와준 곳이기에 웬만하면 불평불만 없이 원만하게 노래만 부르다 가려고 했건만, 진짜 더럽게 시끄러웠다.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들려오는 모르는 인간들의 시끄러운 노랫소리뿐만 아니라 왜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기분나쁜 소독약 냄새. 놀이공원에 있는 거울의 방마냥 거울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머리는 어지럽고 눈 앞에 보이는 건 한여름 뿐.
ㅤ— 야, 빨리 들어가자···.
ㅤ— 네엡.
ㅤ안으로 들어와도 취객들의 음 안맞는 노랫소리는 여전히 귀를 찔렀지만 지금 내가 옆에는 한여름 뿐인 방 안에 있다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ㅤ— 일단은··· 노래 불러봐.
ㅤ— 어떤거?
ㅤ— 제일 잘 하는 거.
ㅤ아까 전까지만 해도 반짝이는 눈으로 인기차트를 둘러보던 한여름은 제일 잘 하는 노래를 불러보라는 내 말에 금방 인기차트를 나왔다. 의기소침해진 한여름의 뒷모습이 제법 볼만했다. 한여름은 처음 들어보는 노래 제목을 검색했다. 근 몇 년은 듣는 노래랄 것이 학원가는 길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나, 아는 형이 미친 것마냥 틀어대던 드뷔시 피아노밖에 없었으니 아는 게 있을리가 없었다.
ㅤ노래 반주가 시작되고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음정이며 박자며···.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맞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건 느껴졌다. 제일 잘 부르는 걸 틀라고 했더니만 아무래도 그냥 자기 좋아하는 노래를 튼 게 분명했다. 공부머리도 좋은 애가 가끔 이런 엉뚱한 곳에서 엇나가곤 한다.
ㅤ이런 애를 어떻게 가르치라는건지, 차라리 못 가르치겠다고 판 엎고 다음에 밥이나 사줄테니 만나자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렇게되면 앞으로 이주. 그것도 화요일 목요일. 족히 세 번을 날리는 셈이였기에, 이 악물고 한여름 노래를 들어주기로 했다. 자기 노래 실력이 얼마나 처참한지도 모를텐데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또한 모를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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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한여름은 소름끼칠 정도로 책만 보고 있었다. 이 공간에 자기 혼자밖에 없기라도 한 것 마냥, 지 눈 앞에 있는 내가 보이지도 않는 것 마냥. 집중하느라 제 머리를 질끈 묶은 것도, 저 말랑해보이는 볼도. 이렇게 되어서야 원, 내가 한여름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거 아냐. 이쯤 됐으면 인정해야겠다. 좋아하는 것 같다, 한여름을. 한여름과 함께하는 날이 생기면 전날부터 밤을 지새고, 한여름 생각에 금방 귀가 붉어지곤 하고. 나는 역시 한여름이 좋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이런 바보같은, 아니···. 바보는 아닌가. 아무튼, 이런 애를 내가 왜 좋아하게 됐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런데 하나 확실한 건, 내 눈 앞에서 날 있는 듯 없는 듯 취급하는 이 한여름이 꽤나 귀엽게 보인다는 거. 그리고 지금 내가 저 눈이 나를 향해 있길 바라고 있다는 거.
ㅤ···말이라도 걸어볼까. 사적인 질문, 그러니까 오늘 입은 옷에 대한 질문이나 이후 갈 장소, 좋아하는 간식 같은 질문은 대응해주지 않을 게 뻔했다. 질문은 받아주려나.
ㅤ— 한여름.
ㅤ옆자리 한여름의 책상을 검지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렸다. 짧게 깎은 손톱이 책상에 부딪혀나는 소리에 한여름이 나를 바라봤다.
ㅤ— 왜애.
ㅤ— 나 이거 알려줘.
ㅤ나에게서 문제집으로 돌아간 한여름의 시선이 흔들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얘가 이걸 모른다고? 하는. 당연히 알지. 기초 수준의 문제를 내가 모를리가 없다. 확 어려운 문제를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다 괜히 한여름 시간이나 뺏는 게 아닐까 싶어 간단한 문제를 물었다. 절대 빨리 말 걸어보고 싶어 아무 문제나 가리킨게 아니고.
ㅤ— 이거··· 진짜 몰라?
ㅤ— 알려달라니까.
ㅤ— ···어어.
ㅤ앞에서 열심히 단어들의 기초적인 의미부터 하나하나 설명하는 한여름을 보자니 피식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뜬금 없는 타이밍이였지만 다행히 한여름은 모르는 듯 했다. 내가 그런 것도 모를까 봐? 하고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귓속으로 들려오는 저 부드러운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었기에 꾹 참고 들었다. 들었다기보단 보았다, 가 더 맞는 이유는 내가 한여름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지금 한여름이 보고 있으니까. ···보고 있다?
ㅤ젠장. 딱 들켰다. 설명 따위 다 패스하고 한여름의 얼굴만 보고 있던 내 시선을.
ㅤ— 너 안 듣고 뭐해.
ㅤ— 와, 다 이해했다. 나 이제 알았어. 고맙다.
ㅤ— 나 다 설명도 안 했는데···. 너 뭐하냐, 진짜.
ㅤ큭큭대며 웃는 한여름의 목소리가 귀를 찌르고 들어왔다. 물론 한여름의 웃음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괜히 얼굴이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낯간지럽다, 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지금 시선을 돌려 한여름을 바라보면 그 애의 웃는 표정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한여름을 보지 않는 이유는 단지··· 들킬 것 같으니까. 눈이 마주하는 순간 내 마음이 들통날 것 같으니까. 다시 공부에나 집중해야했다. ···하는데, 자꾸 한여름의 따가운 시선이 목덜미에 꽂혔다. 눈치 보여. 귀가 뜨거운 게 느껴졌다. 화끈거렸다. 딱히 더운 날씨도 아닌데 더웠다. 안 봐도 한여름의 표정이 뻔했다. 재미있다는 듯, 뭐가 그리 좋은지 순수한 눈빛으로 날 지켜보고 있겠지. 그 표정이 좋기야한데 지금은 도저히 환영할 수가 없다.
ㅤ어느 정도 몇 문제를 풀었다 싶을 때쯤 다시 고개를 돌려봤다. 내 시선이 닿은 자리에 한여름의 눈이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마자 짜기라도 한듯 웃음이 나왔다. 한여름과 눈을 마주하고 함께 웃었다.
ㅤ— 나갈까?
ㅤ— ···어어, 그러자.
ㅤ독서실에서 나오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나를 감쌌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뜨겁던 귀가 조금 식는 것 같았다. 그렇게 과열되었던 기분이 조금 잦아들자 아까 전 한여름의 말이 떠올랐다. 최고의 하루를 선물해주겠다, 라고 했었던가. 무슨 용기에서인지 그에 대한 답장을 주고 싶었다. 최고의 하루를 선물해줘서 고마워? 최고···라기엔 독서실에서의 설렘을 감추기가 너무 고역이였다. 그럼, 좋은 하루? 이 정도가 맞겠다.
ㅤ— 한여름.
ㅤ한어름이 뒤돌아보며 공중에 흩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기분 좋은 비누냄새가 났다. 예쁘다.
ㅤ— 좋···.
ㅤ좋은 하루 같이 보내줘서 고마워, 라고 말 해야 하는데.
ㅤ— 좋아해.
ㅤ— 어?
ㅤ조졌다. 대차게 망했다. 감히 한여름의 표정을 상상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어서 눈을 꾹 감았다. 이어지는 적막에 뜬 눈 사이로 들어온 한여름은, 왜인지 평소와 다르게 벙찐 모습이었다. 새빨개진 얼굴이 제법 귀여웠다. 웃음을 겨우 참았다. 아, 얘는 정말··· 몇 번이고 날 행복하게 만드는구나.
ㅤ— ···그으, 생각할 시간을 줘.
ㅤ— 언제까지 생각하게.
ㅤ— 네 계절이 올 때까지?
ㅤ내 계절?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해하지 못하는 날 보며 한여름이 한숨을 쉬려던 순간, 저번에 한여름이 내게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ㅤ— 여름은 내 계절이다, 이 말이야. 그럼··· 네 계절은 겨울인가?
ㅤ한여름은 죽었다깨도 모르겠지. 내 계절은 이미 한여름으로 가득 찼다는 걸. 그니까 내 계절은 올리가 없다. 평생이 한여름인데 어떻게 겨울이 오겠어.
ㅤ— 겨울까지 나 보게?
ㅤ장난삼아 해본 말이었다. 겨울까지 나랑 같이 있어준다하면 나야 나이스고, 아니면 마는거고. 그런데 한여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머뭇거리다 시선을 피했다. 항상 여유로운 모습만 보이던 한여름과는 조금 달랐다. 이런 바보같은 한여름을 나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한여름의 그 표정은 내게 그 이루어질리 없는 욕심에 희망이 조금 생겼다는 걸 알려주는 것처럼 다가왔다.
ㅤ— ···그러면 안 돼?
ㅤ— 돼. 그래도 돼.
ㅤ— 으응.
ㅤ야, 한여름. 다시 말하지만 난 너 싫어. 너 진짜 싫은데······. 언제부터였는진 확실하지 않다. 확실하게 정해진 답이 좋은데 한여름과 있으면 모든게 다 불투명해지는 것 같다. 모든게 확실해야만 하는, 모든게 정답이여야만 하는 내 세상에 찾아온 변수 투성이인 한여름. 한여름과 있으면 작은 오답들마저도, 불확실한 미래마저도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너가 내 옆에 있으면 모든 게 내 맘대로 안 돼. 이만 정정하는 게 좋겠다.
ㅤ나의 고민,
ㅤ여름이 너무
ㅤ좋다.
ㅤ좋아해, 한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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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웅...간간히단편으로찾아뵙겟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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