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너무 싫어서 中

설정
2026-01-17 19:23조회 35댓글 2유하계
ㅤ그렇게 한여름이랑은 어찌저찌 한학기를 잘 지냈다. 굳이 따지자면 '잘'은 아니였지만···. 무튼 현재, 이 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는 최악의···. 최악은 아닌가? 아무튼, 그저그런 등교를 하고 있다.


ㅤ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가 등교길을 덮었다. 아무도 없는 익숙한 길 속에서 매미 소리와 함께 하는 등교는 나쁘지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혼자일 때 적용되는 얘기고, 여기 초대 받지 못한 손님이 하나 끼면 매미 소리는 백색소음이 아니라 진짜 소음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대 받지 못한 손님. 한여름. 네가 왜 여깄냐고···.



___


한여름이 너무 싫어서 <中>

유하계


___





ㅤ— 김겨울 하이.

ㅤ— 응.


ㅤ애써 무시하고 학교를 향해 몇 걸음 더 내딛었다. 같은 학교에 같은 반. 가는 길이 겹치는 게 당연했지만 나는 속으로 한여름이 다른 길로 가주길 바랬다. 그러나 학교까지 가는 길은 오직 이 길밖에 없었다. 다른 길로 돌아가면 반은 이미 다른 애들로 가득 차있을 터. 그건 한여름과 같이 하는 등교보다 천만배는 더 싫었기 때문에 옆에서 자꾸만 조잘대는 이 작은 여자애를 무시하는 수밖에 없었다.


ㅤ— 누나가··· 불편해?

ㅤ— ···.

ㅤ— 누나가··· 싫어?

ㅤ— 응.


ㅤ옆에서 뭐라는거야, 자꾸.


ㅤ— 죄송. 누나가 잘할게.
ㅤ— 흠. 근데 어쩌지, 난 너랑 친해져야 하는데.


ㅤ친해져야 한다고했다. 친해지고 싶은 것도, 친해질 것도 아닌 친해져야 한다. 말이 묘했다. 마치 의무처럼 말하는 한여름의 모습에서 나는 기시감을 느꼈다. 담임. 담임이 시켰구나! 평소에 왜 그렇게 친구를 안사귀냐며 꼽이란 꼽은 다 먹이던 담임이 기어코 한여름에게까지 친구가 되어주라며 부탁한거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나는 한여름에게 친구가 될 생각따윈 하지 말라고 말할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한여름이 먼저였다.


ㅤ— 너 노래 잘 부른다며!

ㅤ— 뭐?

ㅤ— 다다음주. 중간고사 이틀 전 가창평가.


ㅤ얘가 지금 뭐라는거야.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린 채 한여름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물론 담임의 부탁이 아니란 건 다행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한여름이 나보고 뭐라한거지? 그니까 노래 연습 도와달라 이거야?


ㅤ— 빙고!

ㅤ— 싫어.

ㅤ— 아, 왜애.


ㅤ한여름 노래 죽도록 못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옆에서 그냥 흥얼거리는 것조차도 거슬릴만큼 노래를 못했으니까. 근데 그 정도로 심각한 음치 박치를 도와줄 자신은 없었다. 내가 누굴 가르칠만큼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었고, 그 가르쳐줄 상대가 한여름인 것도 썩 마음에 들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여름보다 잘난 구석이 있다는 건 좋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여름이랑 따로 만나긴 싫었다.


ㅤ— 아무튼 싫어.

ㅤ— 공부 도와줄게! 노래방 가서 넌 내 노래 도와주고, 노래방 갔다가 카페나 독서실 가면 되잖아. 응?

ㅤ— 누구 가르치는 거 잘 못해.

ㅤ— 뭐든 지금보단 나아질 거 아냐! 너도 내 노래실력 심각한 거 알잖아? 어제 내 노래듣고 얼굴 찌푸렸던 게 누군데.


ㅤ봤구나. 얼굴 찡그린거. 살짝 미안해졌다. 나라도 누가 내 흥얼거리는 소리 듣고 얼굴 찌푸리면 기분 나쁠 것 같긴 했다. 근데 내 노래 듣고 얼굴 찌푸릴 사람이 있긴한가. 내 노래실력이 한여름이면 모를까. 미안한 것도 있고, 한여름이 공부 도와주면··· 나야 나이스였다. 이미 가르치는 거 못한다고 말도 해뒀으니 막상 가서 실력이 안늘더라도 할 변명이 생긴 셈이었다.


ㅤ— 알겠어. 도와주면 되잖아.

ㅤ— 앗싸. 너가 말했다? 꼭 지켜라, 엉?


ㅤ한여름이 웃었다.


ㅤ두근.


ㅤ두근!



ㅤ방금 누가 두근이랬냐? 뒤질라고. 절대 아니다. 그냥 너무 더워서 심장이 뛰는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진짜 그래서 심장이 뛰었다는 건 아니고. 아마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한여름이 내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을 헤집고 들어온 건.


___


ㅤ— 김겨울, 이번주부터 특훈이야! 학교 끝나고 노래방 가자.

ㅤ— 어.
ㅤ— 대신에 나 갔다가 바로 독서실 가야 돼.

ㅤ— 같이가면 되겠다! 나도 공부해야 돼.


ㅤ할 말을 잃었다. 잠깐 머뭇거린 것 같기도 하다. 얘가 뭐라는거지. 얘는 도대체가 '같이'가 왜 그리도 당연한걸까. 방금 한여름이, 내 방과후 모든 일정을 가져갔다.


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이 주동안만.

ㅤ— 오키! 끝나고 봐.


ㅤ한여름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만 또 백 걸음은 앞서 있었다. 한여름과 노래방을 갔다가, 한여름과 독서실. 그 사실이 묘하게 또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또 더워서 그런가. 잠깐, 심장은 원래 뛰잖아. 안뛰면 죽는거고. ···음, 심장이 과도할 정도로 빠르게 뛰어도 죽나? 나 그럼 지금 죽어야 되는데.

ㅤ한여름은···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열등감이 들 정도로 공부 하나는 진짜 잘했다. 그다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맨날 보면 학습지에 낙서나 하고 있으면서, 성적은 항상 최상위권. 맨날 1등. 내 자리를 뺏어갔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 그냥··· 한여름은 타고난 애였다. 1등이여야할 애가 제자리에 간 것뿐이었으니 어쩌겠는가. 지난 일 학기 기말고사 때 뼈저리게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내 나름대로 해본 생각정리의 결과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여름이 그렇게 못나보이진 않았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좀 오래걸렸고 한여름도 내게 엄청 잘해줬지만. 가끔가다 우유를 건내지를 않나, 대뜸 저녁에 전화를 걸질 않나. 받아보면 실없는 소리만 해대니 내 공부를 방해하려는걸로 느껴지긴 했다. 뭐, 걔 나름대로의 위로였겠지. 그래서 더 비참했다는 걸 한여름은 알까.

ㅤ위로? 그럼 그 때부턴가? 아, 진짜 한 개도
모르겠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장은 날 죽일 기세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진짜 모르겠다. 아주 모르는 거 투성이야. 오늘 아침? 아니면, 우유를 처음 줬던 그 날? 아니면, 한여름이 처음 전학 왔던 날? 다 됐고 그냥··· 나와는 정반대인 한여름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___







완결할수잇을까요...?
분량조절 실패한 것 같아요 으하하
일단 잊혀지기 전에 올려여
https://curious.quizby.me/Yusu…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