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너무 싫어서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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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2 16:58조회 114댓글 5유하계
ㅤ나의 고민,

ㅤ여름이 너무 싫다.




ㅤ특히 한여름은 더더욱.



ㅤ연두색 크레파스로 스케치북에 삐뚤빼뚤하게 적은 어린 나의 고민은 커서도 여전하다. 여전한 나의 고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내 고민덩어리인 여름이 기어코 찾아왔다. 아침마다 비춰오는 저 쨍쨍한 햇빛이 짜증나서 커튼을 쳤다. 암막커튼이 아니라서 햇빛이 또 들어왔다. 집요한 자식.


ㅤ노력한 사람은 타고난 사람을 한 번에 알아본다고들 하던가. 나 또한 그랬다. 그 누구보다 노력했다. 주변 애들이 괜찮냐며 말릴 때도, 주변 애들이 시험 끝나고 코인 노래방에 갈 때도. 나는 책 앞에 서있었다. 그 애들의 네컷사진이 늘어날 때 내 책상 위 에너지 음료 캔이 늘어났다. 항상 그래왔던 일상이나 다름없었기에 서운해하거나, 그런 평범한 삶에 대한 덧없는 희망을 가지진 않았다.



ㅤ이런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ㅤ가장 중요한 건,



ㅤ어쨌거나 나는 여름이 싫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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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 너무 싫어서

유하계



___



ㅤ한여름에 한여름이 왔다. —며 선생님이 소개한 전학생의 이름은 한여름이였고 전학 온 시기도 한여름이였다. 그리고 아까 말했던 그 타고난 사람도 한여름. 노력하는 사람은 나. 무튼간에 나의 여름에 불쑥 찾아온 한여름은 정말 여름과 닮은 애였다. 화창하고 밝은 날씨의 여름. 밝고 유쾌한 성격의 한여름. 한여름은 항상 그런 식이였다. 날 처음 봤을 때에도 그랬다. 그 특유의 명랑한 성격으로 순식간에 내 모든 틀에 박힌 일상들을 깨부쉈다.


ㅤ— 너는 이름이 겨울이구나.

ㅤ— 아, 응.

ㅤ— 나랑 정반대네!

ㅤ— 응.


ㅤ하필이면 왜 빈자리가 내 옆자리밖에 없었을까. 우연이든 필연이든 일단 마음에 안들었다. 짧은 머리를 빙빙 돌리며 하는 말이 '정반대'. 정반대이길 바랬다. 너는 적어도 나처럼 죽어라 노력하진 마라. 다른 애들처럼 적당히, 딱 적당한 등급만 유지하란 말이야. 그렇게 하늘에 대고 빌었다. 그러나 평소엔 내 소원들이라곤 몽땅 무시했던 하늘이 어째선지 이 말만큼은 들어줘버린 것이다. 차라리 너가 나보다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님 내가 '한여름이 저처럼 노력하지 않게 해주세요.' 가 아니라, '한여름이 저보다 타고난 사람이 아니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다면 어땠을까. 그럼 내가 이렇게까지 비참하진 않았을텐데.


ㅤ— 그럼 성은 뭐야? 그냥 겨울이라고만 들어서.

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는데?

ㅤ— 담임쌤이 알려줬어. 옆자리가 겨울이라고. 겨울, 여름. 사이좋게 지내래! 잘 부탁해.

ㅤ— ···김겨울이야.


ㅤ겨울이니 여름이니 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역시 이상한 애였다. 선생이 하는 말은 그냥 예의상으로 하는 말이라곤 생각을 안하나.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도 그냥 옆자리니까 한 말이겠지. 모르는건지 모르는 척하는건지, 아무튼 바보같은 한여름은 옆자리에서 자꾸 노래를 흥얼거렸다. 한여름의 노랫소리 탓에 그 날은 완전 망쳤다.

ㅤ···생각해보니까 완전까진 아니였고, 그냥 조금 방해됐다. 맞는 음정이 하나도 없어서 문제를 풀다가도 계속 무슨 노래인지 전혀 모르겠는 한여름 노래에 집중하게 되니까. 물론 조용히 해달라 말할 용기는 없었다. 안친한 것도 있고, 웃긴 그 노래를 계속 듣고 싶기도 했고.



ㅤ······. 그치만 확실히 방해 돼. 얘 때문에 집중을 못하고 있잖아.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말하려고 했다. 조용히 하라고. 괜히 그러다 한여름이랑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 순간 내가 교실에 있다는 것도 까먹은채로, 주변의 모든 소음들이 지워지는 감각을 느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모든걸 빨아들일 수 있을것만 같은 한여름의 눈이 신기해서. 이상하리만큼 길게 이어진 눈맞춤은 한여름이 환히 웃으며 끊어졌다. 내가 다시 고개를 돌린 것이였다. 옆에서 한여름이 자꾸 말 거는 것이 들렸다. 왜냐고 묻는 것도 같았는데, 굳이 답할 필요 없을 것 같아 무시했다.


ㅤ— 자기가 먼저 빤히 봤으면서.

ㅤ— ···.


ㅤ하나 말하자면 눈이 마주친 이후로 한여름의 노래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왜인지 모를 아쉬움과 함께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에 머리가 이리저리 흩날렸다. 선선한 바람이 한여름치고는 꽤 시원했다. ···잠깐, 에어컨을 켰는데 왜 창문이 열려있어?


ㅤ— 야.


ㅤ이건 어쩔 수 없는거야. 당연하잖아. 우리 학교 전기세 낭비를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는 법이니까.


ㅤ— 한여름.
ㅤ— 야.


ㅤ이건 무시하는건지, 너무 집중한 탓인건지. 이윽고 내가 고민 끝에 한여름의 어깨를 건드리려 손을 뻗었다. 내 손의 떨림을 한여름이 느끼지 못했길 간절히 바랬다. 이윽고 내 손이 한여름의 어깨에 닿고나서야 한여름이 내 쪽을 돌아봤다. 한여름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걸 바란 건 아니였는데.


ㅤ— 어? 나 불렀어?

ㅤ— 창문 좀 닫아줘.

ㅤ— 내가 왜?

ㅤ— 뭐?


ㅤ한여름의 되물음과 동시에 내 얼굴이 구겨졌다. 내가 왜, 라니. 그게 사람이 할만한 대답인가. 꽤 정중하게 부탁했잖아, 저 정도면. 내가 어이없다는 듯 한여름을 쏘아보자 안그래도 웃고있던 한여름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뭐야, 왜 쪼개. 기분 나쁘게.


ㅤ— 장난이야. 창문은 왜?

ㅤ— 에어컨 켜져있잖아.

ㅤ— 아아. 오키.


ㅤ그리고 창문이 닫혀지는 소리가 귓가를 찌름과 동시에 한여름은 내게서 다시 벽을 쳤다. 공과 사가 철저하다고 해야하나? 뭐, 그런 한여름 덕에 자습시간엔 철저히 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는 노래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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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길어질까봐 적당히 끊어서 올려용...
영ㅇ심히 쓰고잇은!!!!니다 폭업할게여...ㅈㅅ해여
필체?문체?바꿔볼거예요흐흐
https://curious.quizby.me/Y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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