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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7 02:28조회 22댓글 1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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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프롤로그를 보고 오시면 본편 이해가 더 잘 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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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올리비아의 빵집은 이른 아침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재료의 수량을 체크하고, 빵을 굽고, 창문의 커튼을 걷어내고…… 오픈을 위해 해야할 건 산더미처럼 많지만 그중 가장 첫 번째로 할 일은 아직도 잠에 빠져있는 자신의 하나뿐인 직원을 깨우는 것이다.

"달리아, 이제 곧 장사 시작이니까 빨리 준비하고 나와!"

올리비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빵집의 위층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몇 분이 지나고, 한 여인이 다급하게 계단에서 걸어내려온다.

"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여인, 아니 달리아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녀의 은발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 모습이 꼭 명화처럼 아름다워서, 올리비아는 자신이 빵집의 간판이 되어주는 직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올리비아는 문득 달리아와의 첫만남을 떠올렸다.



***



하일케스 제국의 수도 레번타인의 일 년 전 여름, 올리비아에게는 큰 고민이 하나 있었으니—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일의 강도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원래 올리비아의 부모님께서 운영하던 그녀의 빵집은 마차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갑작스레 올리비아에게 맡겨졌다. 부모님과 함께 세 명이서 운영하는 빵집과 올리비아 한 명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하는 노동의 고단함은 차원이 달랐다. 결국 올리비아가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든 방법이 바로 직원 채용이었다.

하지만 채용 포스터를 수도 곳곳에 붙여놓은지 며칠째, 직원으로 근무하겠다고 나타나는 사람은 이상하리만치 없었다. 올리비아는 창밖에 내리는 소나기를 보며 생각했다. 아, 어쩌면 조만간 이 빵집을 보내주어야 할 수도 있겠다고.

그 순간, 누군가가 빵집의 문을 두드렸다. 올리비아는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궂은 날씨에 빵을 사러 오다니 저 문 너머에 있을 손님도 참 대단했다.

끼익–

그러나 문이 열리자 보인 것은 올리비아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여인이었다. 얇은 우비를 하나 걸치고는 몸을 떨지 않으려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 두 손으로는 커다란 짐가방을 든 채였다.

여인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란 올리비아는 얼른 그녀를 빵집 안으로 들였다.

"담요라도 갖다줄게요. 날이 밝을 때 오셔도 됐었는데... 도대체 빵이 얼마나 드시고 싶으셨길래."

하지만 이윽고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올리비아의 예상을 제대로 빗나간 말이었다.

"아, 저는 빵을 먹고 싶어서 여기 온 게 아니라요. 일하고 싶어서 온 거예요. 직원 채용한다는 포스터 봤어요. 혹시 아직도 자리 비었나요?"

올리비아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당연히 기쁨이었다.

"정말요? 다행이다! 자리는 당연히 비었어요. 이상하게 지원자가 없더라니, 아가씨 만나려고 그랬나 보네."

여인의 손을 잡고 방방 뛰던 올리비아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제 또래처럼 보이는 여인이, 비가 폭포처럼 내리는 이런 극한의 날씨에, 그것도 이런 늦은 시간에 제 몸만한 짐가방을 들고 직원을 하겠다고 찾아올 일이 어딨겠는가.

"혹시 수도 사람이 아니에요?"
"네, 맞아요."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러고 보니 여인의 억양이 조금 특이한 것 같기도 했다.

"어디서 왔어요?"
"클레르라고... 아실지 모르겠어요."

클레르라면 정말 깡시골 아닌가. 올리비아는 옛적에 알던 친구가 클레르 출신이었기에 기적적으로 그 지명을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수도 사람들은 클레르의 클 자도 모를 것이 확실했다. 그녀의 출신을 들으니 올리비아는 더욱 의문스러웠다.

"어쩌다 수도에 홀몸으로 오셨어요, 위험하게."

여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그녀의 사기꾼 전 약혼자가 가로챈 가문의 돈을 메꾸기 위해서 수도로 올라온 거라는 사실이 듣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 통성명부터 할까요? 저는 올리비아 윈턴이예요."

올리비아가 여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는 아리… 달리아 아네스트예요."

달리아가 올리비아의 손을 맞잡았다.
이것이 둘의 첫만남이었다.



***



계단에서 뛰어내려온 달리아의 눈에 가장 먼저 담긴 것은 벽에 붙어있는 그림이다. 그림에는 어떤 마을의 풍경이 담겨있었다. 그림에서는 솔솔 불어오는 여름의 바람이 느껴지고, 햇빛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올리비아는 그렇게 느낀다.

"이 그림, 여기다 걸어놓을 줄은 몰랐는데." 달리아가 살짝 웃는다.

"이런 걸작은 잘 보이는 곳에다 전시해놔야지." 올리비아의 당찬 목소리가 빵집에 울린다.

"아, 맞다. 달리아, 이 작품 제목이 뭐야? 손님들이 여쭤볼 것 같아서."

올리비아의 말에 달리아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다시 입을 연다.

"클레르의 한여름 정경."
"오... 근데 클레르가 어디야?"

어딘가 모르게 애틋해진 달리아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채 올리비아는 그림을 바라본다. 참 잘 그린 그림이다.

달리아의 시선은 그림에서 도무지 떼어질 줄을 모른다. 꼭 그림에 빨려들어갈 것 같은 사람처럼. 달리아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니 보이는 것은 암흑이 아닌 클레르다. 사랑하는 가족과 저택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과 친절한 주민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그리운 고향.

그리고 그녀의 이름이 아리안느 뮐레 헤이튼이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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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남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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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 https://curious.quizby.me/if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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