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o You Lov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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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0 23:00조회 85댓글 8빙화
Why Do You Love Me?

있잖아, 나를 왜 좋아하는 거야?

그저 내 앞의 남자만 보며 맘에도 없는 피자를 씹는 중이다. 왜 그렇게 빤히 보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어 가볍게 웃었더니 자신이 마음에 들었냐며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오늘도 구석 자리에서 나를 노려보는 그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나도 어지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구나. 죽은 게 벌써 몇 달 전인데 아직도 내 눈엔 그가 보인다.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우리가 평소처럼 데이트하러 만난 날, 신호등을 건너던 나에게 차가 빠르게 돌진했다. 그는 뛰어와 나를 구하려 제 품에 가두고, 그렇게 죽었다. 사랑 그깟 게 뭐라고 목숨까지 버리지.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있지, 너를 이렇게 떠올리면 어딘가에 놓고 온 것 같은 기억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기분이야.

우리가 사랑에 빠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사랑이 고팠고 나는 사랑이 넘쳤다.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셨다. 우리끼리 사랑하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그때는 사랑에 미쳐서 서로가 있다는 이유로 숨을 쉬었다. 우리는 매일 사랑을 노래했다. 서로에게 취해 가사를 쓰고, 서로에게 눈이 팔려 멜로디를 더했으며 서로를 품으며 비트를 만들어냈다. 서로의 말과 표현을 정해주며 부서지지 않는 사랑을 노래했다.


"있잖아, 터져서 흩어진 조각들은 제대로 주워놔야 해. 아무렇게나 흩어진 조각들은 밟으면 피가 나거든. 흰 카펫과 이불을 바꿔야 할 지도 몰라."
"형, 그게 지금 모텔 가는데 할 말이에요?"

뒤를 돌아 따라오는 그의 형상을 확인하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안 사라지네. 혹시 내가 한 말 들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머릿속에서 다시 맴돌기 시작한 그와 나의 미래가 멈추고,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빙빙 돌기 시작한 우리는 피해자의 얼굴로 어딘가를 누비고 다닐 수 있을까. 일단 난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 아니, 지금의 난 예전의 나와 다른 존재일지도 몰라. 어떻게 전부였던 널 버리고 다른 남자 품에 안겨있는 걸까. 혐오감이 밀려온다.

사랑이 넘쳤던 나는 그에게 모두 써버렸다. 그 사랑이 사라지고 이젠 내가 갈구하고 있다. 내 위의 상대가 빙빙 돈다. 눈을 감아도 내 머리는 빙빙 돈다. 그 중심엔 그가 있다. 우리가 썼던 사랑 노래가 있다. 어느새 내 옆에서 잠든 상대를 뒤로하고 옷을 챙겨입어 나왔다. 허리가 쓰게 아파온다. 터져 나올 것 같은 마음을 짓밟는다. 내 몸이 무희처럼 비틀거린다. 세상이 다시 빙빙 돌기 시작한다. 소복이 쌓이는 눈도, 환한 편의점도, 그 앞에 서 있는 그도, 그리고 눈이 부시게 옆에서 오는 자동차 불빛도,..


너의 품이 따뜻하다. 아, 진짜였구나. 아니면 오늘만 진짜인 걸까? 뜨거운 그의 눈물이 입술을 적시며 사실임을 깨닫게 해준다. 미안해. 너의 존재를 부정했구나, 내가. 이젠 나 놓고 다른 사람 만나. 내가 한 것처럼 너도 복수해줘. 그는 더 강하게 날 끌어안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들은 변함 없이 사랑에 살아가겠지
우리가 흩어지고 남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랑 노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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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빙화에요!
이 글은 한 곡을 들으며 구상했어요. 에이티즈 성화가 부른 바운디의 오도리코(odoriko)에요. 가사 해석 영상도 같이 봐주시면 이해가 더 잘 되실 거에요! 전 편은 에이티즈 홍중의 Why Do You Love를 참고해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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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이 글이랑 내용이 이어져요! 보고 와주셔도 좋아요!

내용 해석을 해드리자면, 이들은 신호등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평소에 이들 사이를 좋지 않게 보시던 양쪽 부모님들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한명(전편주인공)에겐 상대가 이별을 통보했다고 전하고, 다른 한명(이번편주인공)에겐 상대가 죽었다고 전해 그들을 엇갈리게 해요. 후자의 주인공은 죽은 애인이 미워 억지로 다른 남자들을 만나며 사랑을 원하고, 전자의 주인공은 그런 애인을 미행하며 질투하죠. 결국 다른 남자와 놀아나던 주인공은 다시 차에 치여 죽고, 계속 그의 주변에 맴돌던 다른 주인공은 뼈 아픈 이별을 다시 맞아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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