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진짜 황주원이라고? 어떻게 여기 있는거지? 그냥 동명이인인가?'
하지만 동명이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닮았다. 그대로 자랐다.
내 첫사랑, 황주원.
-초등3학년때- (회상)
새학기였다. 나는 해원이랑 같이 앉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여러분, 2학기가 되었어요~ 방학은 잘 보냈죠?"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해원이가... 나랑 유치원 때부터 친했던 해원이가... 다른 친구와 같이 앉았다.
심지어 나를 줄곧 놀려왔던 김혜미랑.
김혜미는 얼굴도 예쁘고, 돈도 많고, 친구도 많다. 하지만 그게 나를 놀릴 합당한 이유가 될까?
지금 같으면 몇 마디 쏘아붙이고 평소대로 살았겠지만, 그때 당시 어리숙하던 강하진은 그러지 못했다.
친구들을 빼앗겼다. 모두의 관심을 빼앗겼고, 존재감을 빼앗겼다. 당시 언니는 17세, 고1이라서 아침 일찍 나가고 밤 늦게 돌아왔다. 휴대폰도 4학년 떄 생겼으니..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다가와준게 황주원이였다.
"...그러면 주원이는 저기 하진이 옆에 앉을까? 단발 머리 여자애, 보이지? 저기 앉자~"
황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으로 왔다.
눈웃음을 지어주었던 황주원은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친구들에게 둘러싸였다.
"너 어디서 왔어?"
"집 어디살아?"
"같이 하교할래?"
"음식 뭐 좋아해?"
"학교 구경 시켜줄까?"
하지만, 김혜미가 오자마자 아이들은 입을 다물었다.
김혜미는 아주 가식적인 미소로 전학생을 대하며 이렇게 물었다.
"너 핸드폰있지? 연락처 교환할래?"
그래, 김혜미는 그런 애였다.
어디서든 존재감 있고, 어디서든 당당한 애.
하지만 내 눈엔, 그저 잔인한 악마로 보이기만 했다.
절대로, 그 누구도. 김혜미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황주원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렇게 말했다.
"음.. 내 연락처는 잘 안 알려줘서. 미안."
김혜미는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을 했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황주원은 그때부터 나랑 똑같은 취급을 당했다.
어쩌면, 나는 황주원에게 동질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그래서 그런지, 나는 황주원을 매일 보고싶었다.
-현재-
집에 돌아온 나를 보고 엄마가 물으셨다.
"하진아... 너 무슨 일 있었어?"
신발장에 놓인 거울을 보니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 것 같다.
얼굴 전체가 완전히 빨게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두 눈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왜?
"아, 괜찮아, 엄마. 그냥 뛰어와서 그래. 날씨가 차서 눈물나나봐. 걱정할 거 없어."
"그래... 오늘은 정신없을테니 친구 집에 가있어. 조금 정리되면 또 부를게."
나는 이현이의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황주원 연락처를 삭제만 안 했었으면..
- Me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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