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3 12:33•조회 100•댓글 1•애상
ㄴ 체인소맨 천사의 악마 드림
천사의 악마. 지금 인간계에 있으니까 전에는 지옥에 있었을 테고, 또 그 전에는 다시 인간계에서 살았을 것 아님? 지금이야 마키마한테 지배당한 상태라고 해도, 전생에는 텐시가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음.
애틋한 연인, 살릴 수 있었는데도 눈앞에서 놓쳐버린 연인, 앞으로 죽어갈 모든 생에서 잊지 못할 첫사랑.
그런 텐시의 유일한 첫사랑 (-)을 다시 만난 건, 신의 장난이라고 봐야 할 정도였음.
어느때와 같은 순찰 임무, 버디한테 아이스를 2개정도 얻어먹은 다음 돌고있는 중이었음.
"... 엑?"
방금, 누구랑 눈을 마주쳤던 거 같은데. 평소라면 그냥 악마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겠거니 하고 넘겼겠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음. 마키마한테 지배당한 상태라 (-)의 환생체인 건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첫사랑이 어디 잊기 쉬운가? 텐시의 반응은 기억해냈다기보다는 인연을 향한 강한 이끌림에 가까웠음.
"어딜 보고 있어? 임무에 집중해."
"으음-... 생각해 볼게."
"하? 너, 내 지갑을 대체 어디까지 얇아지게 할 작정이야? 집에 얹혀사는 녀석들 때문에 월급은 이미 쪼달린다고."
"그래서?"
그런 잡담-텐시 기준-을 하면서도 텐시의 시선은 자꾸만 아까 그 여자를 좇고 있었음. 뭔가 놓치면 안될 것 같은데. 머리를 주욱 빼고 아까의 형상을 찾았지만 이미 인파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음. 정말 이번만큼은 링을 제외한 155CM짜리 몸이 원망스러웠음. 당장 제 옆의 버디는 190CM에 임박하는데.
방금은 대체 누구였을까. 오랜만에 생각이 가득한 채 거리를 걷던 천사였음. 사거리 앞 횡단보도에서 멈춰서 있었는데, 옆의 190CM짜리 남자가 그 정적을 깼음.
"출동이다. 악마가 나왔어."
아-귀찮은데. 저 버디는 너무 의욕이 넘친다는 말이지. 아이스를 사주는 건 좋지만. 텐시는 그때까지는 몰랐음. 그 여자를 당장 5분 뒤 다시 만날 거라고.
악마는 뭐 이런 악마가 다 있어? 라고 생각될 정도로 약했음. 그 증거라긴 뭐하지만 내 무기를 쓰는 버디가 단숨에 베어버렸으니까.
"악마는 제가 처리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민간인이 별로 연루되지도 않았음. 연루된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아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텐시는 깜짝 놀랐음. 다름아닌 눈길을 빼앗은 그 여자가 여기에 있었으니까.
"저기."
"... 네?"
지금 뭔가 말이라도 걸지 않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그래서 텐시의 몸이 충동적으로 그 여자, (-)를 향했음.
"... 그냥. 아무것도."
뭐 하냐? 빨리빨리 나와. 저를 부르는 버디에게 살짝 시선을 준 다음 (-)에게 작게 말했음.
'=에서 다시 만나.'
의미는 딱히 없었음. 텐시 스스로도 놀랐을 정도로 그냥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이 얼굴을 작게 끄덕였음. 알 수 없는 기시감만을 느꼈을 뿐인 천사와 달리 (-)는 무언가 알고 있었던 거야?
키시베의 말도 그렇고 고백은 서로가 살아있어야만 성립돼. 보통 한쪽이 죽어버리면 다시는 성립할 수 없지만-그 적용 대상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전생의 전생에서부터 증명해오고 있던 인간과 악마 사이의 고백이라면?
전생에서부터 꼬여온 운명의 붉은 매듭은, 아직 풀리지 않은 채 현대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었음.
*
기억이 있는 드림주, 지배로 인해 기억을 삭제당한 천사. 그러나 불완전할지라도 둘 사이에 이어진 붉은 매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