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는 자라는 말에 청둥오리 울고 간다, 시체 더미 호수자락에서 울고 있는 청둥오리 데려다가 노란 오리 보여 주자, 노란 오리 청둥오리 싫다는 듯 시체에게로 달려 가네, 시체가 기다렸다는 듯 노란 오리와 만난다, 힘들었다는 노란 오리 청둥오리 상처 주고 시체 행복 주네 시퍼런 시체가 미동 하나 없이 호수에 제 몸을 맡기니 고기들이 달려와 피로 목을 축이고 살점으로 배를 채우네, 시체는 그 대가로 고기들의 눈알이 뽑힐 때를 기다리네, 오기만 해보아라 눈알을 먹겠도다, 하지만, 노란 오리는 시체의 배를 보금자리로 쓰며 비바람 못 피해도 외로움 피하네, 비바람을 피할 곳이 있다는 청둥오리의 말 무시하고 시체 위 둥둥 떠다니네, 혈관 위를 유영하는 노란 오리, 혈관의 내피가 긁히고 모세 혈관이 터지네. 동맥을 잘라 빨대로 쓰려고 하네 사라진 청둥오리여, 그대의 평화와 행복은 사라지네 노란 오리여, 폭력과 고통의 상징이자 정적 가득한 위선자의 무가치함에게 가는 구나 시체여, 노란 오리를 유혹하지 말거라, 폭력적인 위선이 가려질 줄 아느냐
음유 시인의 노래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노란 연꽃들 사이 푸른 수련이 제 이야기인 마냥 끝을 붉힌다. 붉은 문을 열려고 하던 시체조차 노란 오리 울고 갈까 미안해 노란 오리가 있는 호수로 달려 간다. 마지막 대사 탓에 두려워 눈물을 흘리는 전게한 아이는 초콜릿 빛 눈을 붉게 적신다. 광장이 이내 요란스러워 지고, 시체와 노란 오리가 음유 시인에게 항의하러 달려 올 듯 하다. 이곳은 벨 광장, 전게한들이 사는 도시 벨과 인간들이 사는 도시 백이 만나는 광장이다. 또다른 이름은 교차로였다. 그러나, 교차로 광장은 어딘가 이상하기에 이 광장이 벨 도시와 더 가깝다는 이유로 이름을 벨 광장으로 지었다. 벨 광장 답게 정오마다 종을 울린다. 저 종소리가 일식에는 벨, 벨, 벨, 이라는 헛소문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이 헛소문이라는 사실을 모든 뇌가 있는 종족들이 알고 있다. 뇌수의 뜨겁고 차가움이 저 헛소문을 익히고 식히는 걸 반복 중이다. 전게한들과 인간들이 서로를 향하여 뜨거운 총구와 날카로운 발톱을 겨누는 일을 멈추고 장을 보고, 일을 하고, 가끔 지인들을 불러 같이 클래식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거나 감상하고, 꽃을 기른다는 점에서 매우 평화로운 곳이다. 이곳은 서로 다른 종족인 둘이 어우러졌다며 평화 위원회에서 “조화로운 벌집” 상을 받은 전적도 있다(뇌물을 주고 상을 탔다는 소문이 자자하지만). 전게한과 인간 사이 평화에 인간 정부는 전게한들의 특별한 힘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이게 1912년 6월 첫쩨 주에 있었던 일이다. 전게한들에게 없는 세상을 인지하는 힘인 감각과 인간에게 없는 우월한 신체 능력을 서로가 보완해 주는 푸른 가을이었다. 붉은 봄이 찾아 오기 까지 수십년 남았다는 거짓 소식을 스스로의 뇌에 주입하는 그런 광장이었다. 화성의 분수대가 피를 흘린다는 소식은 없었었다. 1912년 6월 전까지는. 태양이 이글거린다는 표현은 인간들이 먼저 쓰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전게한들이 붉은 문이 폭력적일 때마다 쓰는 표현이 되어 버렸다.
-태양이 이글거리네, 녹색 개미를 줘
엘리자벳 쇼포스텐이 말하였다. 엘리자벳 쇼포스텐 전게한은 자신의 손가락이 다산을 할 거란 사실을 모르고 손가락 마디마디를 꺾었다. 이곳은 벨 광장의 가장 성공했고 번영하였으며, 빈민층에게는 웅장하고 상류층에게는 우아하기로 유명한 카페인 시보으테 카페였다. 쇼포스텐 가에게 제법 많은 지원을 받고 열린 만큼, 쇼포스텐 가에서 좋아할 법한 모든 준비들을 해두었다. 촉각을 못 느끼는 쇼포스텐 전게한들을 신경 쓰며 뜨거운 커피를 건낼 때 또한 뜨겁다는 느낌을 숨기고 “뜨거우니 조심하세요!”가 아닌 “화상 조심하세요”라고 말한다. 직관적이고 공기의 분위기를 느끼지 않게끔 하는 방식이었다. 시보으테는 피아노 연주자들이 자주 연주를 하기도 하였다. 이 피아노 연주가 일품이어서 그런 지, 피아노 연주를 듣지 않을 거면 올 이유가 없다는 말까지 있다. 그래서인지, 청각을 포기한 케빈스 전게한 가문은 오지 않았다.
-질문이 있어요
엘리자벳과 함께 온 인간 동행인 오보엣 데커였다.
-왜 전게한 종족들은 감각을 포기하나요, 세상을 모르고 자신 안에 갇혀 있겠다는 의지인가요, 아니면 아름다운 어린 시스투스가 꺾이는 임박한 방화와 고통인가요, 아니면 그저 신비주의에 빠진 홀스트의 헤왕성 같은 관악기의 목소리인가요
-아, 우리 전게한들은 감각을 외부에게 휘둘리게 여기는 주요 원인이라 여겨, 우리는 스스로의 삶과 의미 그리고 현실을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여기기에 전게한 가문들마다 각자 하나의 감각을 포기했지, 우리 쇼포스텐들은 촉각을 포기했지, 그래서 우리 가문은 어린 시절 신경 중 일부를 망가뜨려, 잠깐 망가뜨린다는 표현은 조금 그렇고, 그냥 못 쓰게 한다고 할게
-강제로요, 아니면 선택 사항으로요
-선택 같은 건 인간의 한계를 의미하는 거야, 인간의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편견 덮인 생각들이야말로 전게한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지, 인간이 가진 한계를 뛰어 넘는 방법은 남들에게 직접 나의 세상을 상대에게 전파하는 거란다, 직접 전파하는 것이야말로 전게한들의 환희와 축복 범벅 사랑이지
엘리자벳 쇼포스텐은 자신의 가문에 자부심이 있었다. 전게한이라는 사실에도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이 저 눈 앞에 보이는 혈관 신경 림프샘 투성이인 여자보다 훨씬 강력하고 우월한 존재하고 느끼는 사실에서 행복을 느꼈다. 순수한 쾌락은 악에서 나오는 듯 하였다. 목성의 유희와 쾌락들이 엘리자벳 쇼포스텐에게로 왔다. 더럽고 추잡한 존재를 상징하는 순수한 쾌락은 곧 엘리자벳 쇼포스텐과 같은 이들을 일컬어 부르게 되었다. 엘리자벳 쇼포스텐은 가장 전게한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 주었다. 어두운 그림자는 각 진 모서리를 담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눈알 사이 굴러 떨어져 가는 각 없는 혈액들은 잘 담아낼 수 있었다. 뇌수가 흘러 넘치는 머리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지성은 “무”였다. 엘리자벳은 이곳에 올 때도 이미 인간의 장례식에 왔다는 듯 죽음 담은 검은 원피스를 입으려 하였으나 수련의 분노에 어쩔 수 없이 새벽을 담은 목련 꽃을 귀에 끼고 핏자국으로 만들어 진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아름답다“는 문구가 뒤에 적혀 있었다. 하지만, 엘리자벳은 이 “다르기에 아름답다”는 문장 사이에 “일부만”을 넣어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일부만 아름답다“고 하였다. 이 일부는 붉은 문을 닫고 학살의 눈을 열 이들이다. 바로 전게한들.
-밤
-펑! 바바바바바박 펑! 파팡! 팡! 파파팍! 파팡!
그때였다. 굉음이 울렸다. 연쇄적으로 울리는 굉음이었다. 폭발이 여러 번 일어난 것이다. 붉은 저주와 기만이 기교를 곳곳에 퍼뜨렸다. 폭발은 예술이라는 전투에 특화 된 예술가의 말처럼, 폭발은 세계를 부패 시키는 전염병 가득한 시체를 먹는 분해자들은 예술이었다. 예술은 악과 진보였다(이 진보는 정치의 진보가 아니라 발전했다는 의미의 다른 진보를 의미합니다). 푸른 구름들이 솓궂히며, 붉은 구름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더, 더, 더, 더, 더, 더, 더, 더, 더, 더! 더 많은 고통과 폭발이 벌어졌다. 연쇄적인 폭발은 계속 벌어졌다.
-파파파파팍! 팡! 파파파팡! 팡! 파팡!
폭발음이 광장을 뒤덮었다. 시체들은 원망과 저주를 하기도 전에 타들어 갔다. 장작과 사람의 공통점은, 저주와 행복이 함께 하는 기쁨 저주 애증 가득한 불꽃 아래에서 타들어 간다는 점이다. 검은 문의 손잡이를 자의적으로 웃으며 녹 쓴 뇌를 고치며 손잡이를 당기기 전에 말이다. 네이팜탄 같았지만, 동시에 이런 폭발이 폭탄 없이 공습 없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마법 같았다. 전게한들의 마법은 강렬한 화염이라며 인간과 전게한의 관계를 경이로움과 공포로 끌고 간 존재였다. 그 마법이 인간들을 죽인 것일까?
-에,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쇼포스텐! 살려줘요!!!
이 폭발의 독특한 점은, 오직 인간들만 죽였다는 점이다. 이는, ”부분 살해“라는 전게한들 만의 마법으로,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궁극의 위대함이었고, 금빛 문이었다. 설 가치와 죽을 가치를 오직 공동체를 기준으로 나누는 이 금빛 문은 결국 마법으로 뒤덮인 선민의식이였다. 하지만, 대량 학살에서 적과 아군을 나눈다는 점에서 쓸모 있다며 제법 많이 쓰였다. 많은 전투와 학살, 그리고 정치적 권위주의적인 권위 고문 쇼에서 쓰였다. 인간을 심리적으로 분노의 도가니 탕에 빠뜨리게 되면서도, 모든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자신들의 안전하고 따스한 쇼파 위에서 간식을 먹던 대중들을 화염으로 이끄는 고통의 고문 쇼였다. 동시에, 마법으로 상대를 겁주고 고통을 주었다. 분홍빛 열기가 열대야를 뚫고 사랑으로 찾아올 때, 학살의 비극은 붉은 봄으로서 아름답게 벌어졌다. 돌아와줘, 분홍빛 열기야.
-속보입니다, 전게한들이 벨 광장을 화염의 마법 “에스케프리티언”으로 공격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부분 살해 마법 “베이스라고잇”으로 인간들만 죽어나가고 있답니다, 마법 봉인 서약이 해제 된 지 단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전게한과의 공생은 어쩌면 너무 큰 꿈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