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연립주택 203호에 산다.
이 집에서 사는 건 꽤 만족스럽다. 관리비도 싸고, 조용하고, 주변 편의시설도 나쁘지 않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위층.
303호에서 밤마다 나는 소리다.
딱히 큰 소음은 아니다. 무언가 가볍게 끄는 소리.
낮은 톤의 긁는 듯한 마찰음. 책상을 옮기는 건가 싶지만, 이상하게도 항상 밤 2시쯤이면 들린다.
처음엔 신경 썼지만, 곧 익숙해졌다.
어느 날 퇴근 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고 돌아오는데, 계단에서 위층 아주머니를 마주쳤다.
인사하려는데, 아주머니가 먼저 말했다.
"303호 사세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아래층이에요. 203호."
"아, 그렇구나. 거기서 소리 들릴 텐데…"
"아, 네. 가끔이요. 밤에 책상 끄는 소리 같은 거요."
그 말에 아주머니 표정이 굳더니, 목소리가 낮아졌다.
"거기… 요즘 누가 들어왔어요?"
"예?"
"303호. 몇 달 전부터 빈 집인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집은 비어 있다는 말이었다.
그럼… 밤마다 들리던 그 소리는?
아주머니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럴 수도 있죠 뭐. 요즘은 빈집에도 이상한 일 많다더라고요.
오래되니까 배관 소리도 그렇고, 마루도 자주 울고…"
그날 밤, 나는 일부러 새벽 2시까지 깨어 있었다.
집 안의 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정확히 두 시.
어김없이 그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이전보다 조금 더 또렷했고, 더 가까웠다.
무언가 천장 위를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듯한 소리.
무겁지 않은 무게. 그렇지만 분명히 있는 존재.
나는 그 소리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
거실 천장 한가운데, 오래된 조명 바로 위에서 소리가 멈췄다.
나는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희미하게…
조명 커버 안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눈이 있었던 건지, 나의 움직임을 따라오는 듯한 그 감각이…
너무나 생생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303호를 쳐다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쓰지 않고, 새벽 두 시에는 절대 깨 있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후부터는 소리가 한층 아래로 들리기 시작했다.
내 바로 아래층.
103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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