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애•망상•망각(제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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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3 19:54•조회 83•댓글 3•죽어버렸네
푸른색 아네모네는 붉게 물들었습니다.
후속작


망애•망상•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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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애 증후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리게 병

202X년 대한민국

치명률 98.7%. 잠복기는 3주. 감염 후 서서히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다

처음 뉴스가 나오자,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음모론이냐 무슨 개소리냐 등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종종 제보들과 수기로 점차 사람들은 알았다.

진짜라는걸

그때까지만 해도 난 몰랐다.

그게 얼마나 끔찍한지






우리 부모님을 날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는 거 같다.

뭐랄까 사랑도 미움도 아닌 어중간함?

그래서 나는 늘 외로웠다.

부모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애

그게 너무 싫었던 건가, 난 내가 점차 싫어졌다.

그렇게 병신처럼 굴며 살던 16년 나에게도

첫사랑이 왔다.

내 여름은 너로만 이루어졌다.

내 마음처럼 너로 가득 차 있었다.

문뜩 두려웠었다. 내가 널 잊을까 봐 말이다.

사귀는 것이고 친한 것도 아닌데

그냥 두려웠다.

달이 지날수록 나는 너에게 더 빠져들었다.

차라리 나중에 아프기 전에 지우려고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여전히 너는 잊어보려 하고 있었다.

제발 너를 잊는 법을 알려줘

시간이 지나 내 걱정과 달리

지나치게 아니 과하게 평화로웠다.

나는 널 잊어버리지도, 또 까먹지도 않았다.

창문 사이로여름 햇살이 비칠 즘

내 생일이 되던 날 너는 나에게,

고백을 했다.

뜨거운 여름날보다 혹여나

널 잊을 차가운 내일이 무서웠지만

애써 무시하며

나는 네게 파란 아네모네를 건넸다.

무서우면서도 설레는 모순된 감정을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여름이 내생에 가장 후회되는 여름이라는걸

나는 세상 환한 미소로 너를 쳐다보았다.

그런 내 옆에 활짝 웃는 네가 있었다.

나 이다율은 한시유를 사랑했다.



그러나 운명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망에, 증후군에 걸렸다. 내가 아닌 네가

그렇게 하염없이 울던 내 옆엔

세상 태평한 네가 있었다.

그것도 치명률 99.9% 망애 증후군 변종.

잠복기는 고작 5일인데 말이다...

"개새끼야 날 잊으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정말 우스운 꼴이었다.

내 눈까지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새벽이슬이 흐르듯이 말이다.

내가 한심하게 울음 섞인 고함을 지르고 있을 때

네가 날 안아주며 말했다.

"내가 만일 널 잊어도 난"

"너에게 100번이고 1000이고 다시 반할 거야"


그랬었는데



네 품에 안긴 다른 아이를 보았다.

나는 언제나 너를 미치게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는 나 말고 다른 애를 사랑하고 있다.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

병신

병신

병신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너를 향해 속으로 욕을 머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미움은 날 향해왔다.

사랑하지 말걸

아니, 근데 다시 돌아가도 사랑하지 않을 자신

반하지안을 자신이 있을까?

내가 지금 너에게 안긴 년을 잊는다고 해도

솔직히 아닌 거 같다.

예쁘지도, 인기 있지도 않은 그저 그런 내가

너와 사귄 건 우연의 일치지

네가 다시 나한테 반한다는 건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닐까?

너무 허황된 꿈을 꾸는 거 아닐까?

나는 차라리 너를 망각하기로 결심했다.

왜 망애가 아니냐고?

나는 널 사랑하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

결심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현실은 쉽지 않았다.

하긴 내 상상 속 세상이 로맨스나 멜로이라면

현실은 새드 멜로이니까 말이다.




그러다 문뜩 소식을 들었다.



네가 그년을 잊었다고.


솔직히 나는 쓰레기인가 보다

누군가의 불행을 행운이라 느끼는 걸 봐선 말이다.








그리고

네가 전학을 갔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다.

참 개같은 인생이다.

그 후 일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눈 아래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근데 어째 차갑디 차게 느껴질까?








엄마랑 아빠가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그 덕분에 옷장에 한동안 처박아둔

검정 옷을 입게 되었다.

장례식이 끝났는데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하긴 나에겐 있느냐 마느냐 한 존재들이니까

솔직히 어릴 땐 엄마 아빠가 뒤지면 기쁠 줄 알았다.

날 존나 팼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막상 남는 건 허무함이었다.

해방감이랑 허무함의 차이는 말이다.

해방감은 미래가 있고 허무함은 미래가 없다.



옥상 난 단위에 앉아 있었다.

평상시엔 높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갑자기 두렵다고 느껴졌다.

거꾸로 보는 하늘도 예뻤다.

넌 날 망애 했었고

난 잠시나마 희망이란 망상을 했었으며

지금은 널 망각하려 노력 중이다.

그렇게 아네모네는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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