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6 15:02•조회 35•댓글 1•8710
3학년 1반, 교무실 앞 복도. 하윤은 오늘도 그 문 앞에서 망설였다.
“선생님, 저… 진로 상담 좀…” 입까지 올라온 말은 다시 목구멍으로 사라졌다.
교무실 안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다른 학생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하윤은 요즘 자꾸만 길을 잃는다. 진로 희망서엔 ‘모름’이라고 적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말이 줄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교무실 앞에만 서면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날도 하윤은 그냥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문이 열렸다.
“하윤아, 잠깐 들어올래?”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부드러웠다.
교무실 안은 따뜻했다. 창밖으로 봄 햇살이 들이치고, 책상 위엔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서류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요즘 고민 많지?” 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아직 길을 몰라도 돼. 중요한 건, 네가 계속 걸어가고 있다는 거야.”
그 말에 하윤은 처음으로 울컥했다. 교무실은 더 이상 무서운 공간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하윤은 매주 한 번씩 교무실에 들렀다.
그리고 봄이 끝날 무렵, 진로 희망서엔 처음으로 글자가 적혔다. ‘글을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