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발레리나, 울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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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9 23:08조회 55댓글 2한지우
<춤추는 발레리나, 울지 못하는 사람>
-By 한지우

한여름 밤, 무대 위 조명이 꺼진 뒤에도 관객의 환호는 사라지지 않았다.
막이 내리고 가면을 벗은 파키타는 가슴팍에 박힌
반짝이는 브로치가
영혼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너는 누구였니?”
거울 속 자신의 맑은 눈동자가 묻자, 그녀는 대답 대신 얕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 앞에 선 관리인이 다가와 웅크리고 앉았다.
“귀족의 딸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당신 재능은 뜻밖의 장난거리에 불과했을 거야.”
관리인의 목소리는 차갑게 들려왔다. 파키타는 천장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난한 집시 소녀였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별안간 찾아온 재능과 아름다움으로 무대 위를 지배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춤추는 순간을 박수로 포장했고,
그녀가 가진 건 모두 ‘판타지’라는 상품으로 팔려버렸다.
한 번의 박수가 모여 결혼 제안이 되었고, 다음 박수는 재산 목록으로 바뀌었다.
매번 화려한 의상처럼 덧대어진 진심 없는 미소는 그녀의 심장을 조여 왔다.
마지막 쇼가 끝난 뒤, 파키타는 무대 중앙에 홀로 남아 두 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따스하고도 차가운 손은 더 이상 춤을 부르지 못했다.
“이건 내 이야기인가, 아니면 모두가 바란 환상인가.”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떨구는 순간, 객석에서는 마지막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우리는 종종 아름다운 무대 뒤편에 깔린 그림자를 보지 못한 채 환호한다.
화려한 의상, 완벽한 포즈, 열광하는 관객들.
그 모든 것은 ‘파키타’라는 이름 아래 포장된 상품일 뿐이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무대가 꺼진 뒤에 시작된다.
춤추는 이는 재능을 갈고닦는 대신, 사회 구조가 강요한 기대를 짊어진다.
재능은 축복이자 짐이 되어, 사랑도 권력도 결국 거래가 된다.
우리는 박수로 찬양하면서 그 이면의 외로움에는 침묵하지 않던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큰 박수가 아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사람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공감의 눈빛이다.
무대 위 환영이 아닌, 그 환영을 짠 사람의 숨결과 눈물을 느껴야 한다.
진정한 응원은 화려함이 아닌, 소리를 낮춘 대화에서 시작된다.
무대 위의 기적은 관객의 찬사가 아닌, 춤추는 이의 진심에서 피어난다.
오늘 당신이 보내는 진짜 박수는 어떤 모양일까?
.
어차피 그대들은 알지도 못할 노력이니.
그저 이 노력과 재능을 팔지만 말아다오
그대들의 강한 목소리에 픽 쓰러지는 대천사들이여
이제는 날아가 이 세계를 펼쳐다오

-By 한지우

Jiwoo/여러분의 노력과 재능도 하늘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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