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부러진 천사는 더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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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1 22:02조회 63댓글 2depr3ssed
날개 여섯 개 달린 천사의 눈은 세상 곳곳을 굽어살피고
그 커다란 날개로 세상을 감싸주었건만
왜 내 날개로는 그 누구도 감싸주지 못하는 거야?
볼품없지도 않아, 크고 아름다워, 이 세상 모든 것들을 품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보드라운걸!
저 천사처럼 세상을 굽어살필 만큼 눈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품 안에 있는 것들 정도는 볼 눈이 있는데?
그런데 왜?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아?
어째서? 왜? 그래서? 몇만 번 고민해봐도 결국 답은 하나로 이어졌다.

저 천사의 날개를 부러뜨리면 되겠구나!

생각이 온 몸을 잠식하자, 행동으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선지자가 만들어놓은 대리석 길을 그대로 부수고, 바다는 풍랑으로 가득하게 되고, 사랑의 눈은 추악한 괴물이 되고, 신성한 은쟁반이 이젠 단말마를 반복하는 곳이 되어서 세계가 비명소리로 가득하게 될지언정—이젠, 모두 내 품 안에 있잖아?


그러니까, 너도 들어오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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