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존재는 이천오 년 김천에서 태어나 서울 고아원으로 어쩔 수 없이 상경하여 살아왔습니다. 등신이라는 말은 고작 나에게 수식어에 불과했고 그보다 더한 말을 들어도 헤실거렸던 놈이었습니다.
여덟 살에 학교에 가지 못 하고 배운 것은 살인입니다. 딱히 누군가에게 배운 것은 아니니 독학이라 칭하겠습니다. 저의 살인 독학 철학은 아주 확고합니다. 약한 자는 알아서 죽고 강한 자는 알아서 살아남을지어니 내가 그 꼭대기에 서려면 그 강한 자들도 죽일 힘이 있어야 한다.
살인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사람의 대부분은 수학을 어려워 하지만 그 시초는 일 더하기 일인 것처럼, 어려운 살인도 쉽게 생각하면 쉽게 풀립니다. 지병이 있다면 더욱 쉽습니다. 내가 여덟 살에서 아홉 살까지 일 년 동안 살해한 고아원 원장은 삼십두 명 입니다. 나이가 많은 원장의 대부분은 당뇨와 혈압 같은 병이 있었고 그들에게 약을 뺏는다면 그들은 약자가 됩니다.
병신처럼 모든 사람에게 헤실거려야만 경찰의 조사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습니다. 머저리 같은 애들이 말을 절고 눈을 피하는 바람에 나까지 수사망이 좁혀올 뻔했지만 겨우 피했습니다. 내가 경찰마저 죽였거든요.
열아홉 살이 된 십 년 후에는 고아원을 나와야 했습니다. 세상의 눈길이 두려웠지만 언제까지고 시시한 사람만 죽이며 고아원에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더 큰 것을 원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억 분의 일은 죽여보고 싶습니다.
원룸을 구했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동안 사람을 죽일 생각은 못 했습니다. 나에게 딱히 하대하는 사람은 없었고 진상도 없는 설거지 아르바이트니 딱히 그들을 죽일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된 몸을 매트리스에 뉘이기 바빴고 사람을 죽인 손맛마저 감을 잃고 있던 때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훌쩍 지나 현재의 내가 되었습니다. 죽인 사람의 수가 예순 명이 넘는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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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가 폐업하고 나는 이사했습니다. 김천이 아닌 충주로. 김천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를 기다려 북쪽으로 가면 있는 곳입니다. 충주에서는 곧장 아르바이트를 구해 한 일개 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진상이 터무니없이 많은 곳이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 아가씨, 여기 토 좀 치워.
본인이 쏟은 구토 흔적을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이십 대 여자에게 시키는 게 맞다고 보십니까. 술과 각종 안주가 그대로 역류해 뭘 먹었는지까지 보일 때의 역겨움을 아십니까.
– 아이 씨발, 냄새 난다고!
한 중년의 남성이 제 머리 위를 철썩, 쳤을 때 복측 피개구역부터 발톱 끝까지 도파민이 분비됨이 느껴졌습니다. 오랜만에 사람 대가리에 칼 꽂을 일이 생기겠구나.
– 네, 치워야죠.
모든 살인의 기본 첫 걸음, 무념무상. 포커 페이스 유지입니다. 저는 수능을 볼 때조차 긴장하지 않았습니다. 망친다면 화풀이로 감독관을 살해할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체 제가 잘난 탓인지, 못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기본 과목인 국영수사과는 1등급을 받았습니다. 결론으로는 상대방에게 내가 가진 살의를 보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감정 조절 밑줄 그으시고요.
두 번째로는 타깃을 따라 은밀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검은 마스크에 검은 모자는 개보다도 못한 지능의 병신 새끼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최대한 하의는 밝게 차려 입은 후 친구와 재밌는 통화를 하는 척합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깃이 골목 또는 사람이 없는 주택가 주변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이자마자 칼집에 넣어 바지 벨트에 꽂아 놓았던 칼을 꺼내 달리고, 피해자의 입에 젖은 수건을 물려 호흡을 막은 채 머리에 칼을 쑤셔 넣습니다. 사방으로 피가 솟구칠 텐데, 그 과정에서 잠시 멀리 뒤에서 구경합니다. 고통에 몸부침치며 지옥으로 걸어가는 상상을 하다 보면 피는 금세 멈춥니다.
다음, 타깃을 김장 봉투에 담거나 작게 토막을 내어 비닐 봉지로 전부 덮인 캐리어에 천천히 정리합니다. 여기서 시신을 바다 또는 인근 산에 묻는다면 하수입니다. 저는 집으로 가져갑니다. 그 사이에 버스 또는 지하철은 타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시신을 캐리어에 넣은 후 데오드란트 두 통을 붓는다는 것입니다.
집에 가져간 시체는 그대로 지하실로 가져갑니다. 이래서 살인자들이 주택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토막낸 시신을 다시 호치키스 또는 두꺼운 실로 꿰매 머리와 왼쪽 팔, 생식기, 손목과 손은 여자, 왼쪽 팔, 목, 다리와 발은 남자인 아름다운 피사체가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이 방식으로 나는 예순 명이 넘는 사람을 살해했습니다. CCTV 따위는 잘 피하면 그만입니다. 대한민국 전역에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니. 그리고 아저씨 같은 사람은 술을 먹은 뒤 새벽 늦게 집에 갈 뿐더러 학생들도 공부 탓에 마찬가지기 때문에 더욱 활동하기 좋습니다. 추천 시간대는 새벽 한 시에서 세 시 사이입니다.
이 얼마나 하찮은 목숨입니까? 인간이라는 것이. 칼 하나에 사람이 죽고 칼 하나에 사람이 사는 시대라는 점이 너무 흥분된다는 겁니다. 한때 의사를 꿈꿨던 저로서는 살인에 흥미가 돋워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이 지옥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겠죠. 제가 교통 사고라도 당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그런데 이를 어쩌나, 살인자는 그렇게 호락한 존재가 아니라서. 이렇게 성악설이 또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