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2 10:35•조회 116•댓글 4•5eo1z
나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평화롭던 베란다에서 시가나 태우고 있었다.
내가 이따금 시가를 피울 때면, 향을 맡고 들어온 미하엘은 차라리 마약을 하라며 진저리를 치곤 했었다.
미하엘은 시가 향을 끔찍이 싫어했고, 시가를 밥 먹 듯이 태우던 나는 그런 미하엘을 이해할 수 없었다.
* 아담, 이번 건은 잘 처리했어?
미하엘이 오랜만에 던진 질문이었다. 도통 서로 일이 바쁘니, 이런 사담을 해본 것도 꽤나 오랜만이었다.
* 응, 그럭저럭. 이번 애는 명줄이 길더라.
살인이 합법이 된 세상. 살인청부업자였던 나와 미하엘은 합법이 된 직후부터 일자리를 잃어 우울에 시달렸었다.
그러다, 내게 온 한 이메일로 인해 지금은 ' 불란 ' 이라는 아직 합법이 되지 않은 작은 소도시에서 청부업자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비록 소도시지만, 여기서 청부업을 하며 벌어들이는 돈은 깨나 쏠쏠했다.
* 불란 사람들이 원래 명줄이 길다나.
그것은 분명 미하엘의 농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농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어쩌면 불란 사람들은 더욱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에 기여가 될지도 모른다고.
* 오늘 저녁은 같이 먹도록 하지, 미하엘. 잠깐 이야기 할 사안이 있어.
우리는 주에 한 번씩 같이 식사했다. 서로 보고할 사항이 있으면 묵혀뒀다 식사 때에 이야기 했고, 나와 그 녀석이 청부 동맹을 맺는 순간부터 이미 사생활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 뭔데 그래? 이메일로 뭐라고 오기라도 했어?
미하엘은 또 농을 줬다. 나는 시가를 끄며 가볍게 웃어 넘겼지만, 사실 이메일보다 더 큰 사항이 남아 있었다.
* 범비 정부에서, 우리를 초청했어.
범비. 살인이 합법이 되기 전 우리가 청부업을 했던 그 도시였다. 범비는 생각보다 아주 큰 도시여서, 사실 도시라 부르기도 뭐 했다. 나라 세 개를 합쳐놓은 것 만 했으니.
* 뭐?! 범비에서?
미하엘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정부에선 분명 우리의 존재를 알아챌리가 없었는데. 불란에서 우리가 너무이름을 알렸나? 하기엔 불란은 너무나 작은 소도시였다.
* 응. 아직 서신은 보내지 않았어.
정부가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되면 벌어지는 일. 그것은 고작 형벌 따위가 아니었다. 듣기로는 차라리 불에 타 죽는 것이 낫다고 느껴질 만큼 가혹하다고 • • •
미하엘은 답지않게 패닉에 빠져 주저 않았고, 나는 덩달아 무릎을 굽혀 미하엘의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 어떡해... 패닉룸에라도 들어가는걸까...? 우리가 알던 동료 업자들 전부 정부에 잡혀 들어가서 사라졌잖아...
미하엘은 계속 말 끝을 흐리며 불안에 절여졌다. 그런 미하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불안에 빠질 듯한 위험한 향이 돌았다.
* 진정해, 미하엘. 일단 오늘은 일에 집중하고, 밤에 차분히 얘기해보자.
미하엘은 찬찬히 일어나 고갤 수긍했고, 나는 가볍게 미하엘의 엉덩이를 톡, 쳤다.
* 사내놈이 그리 쉽게 불안해하면 못 써. 그래서 업 일은 제대로 하겠냐.
미하엘은 내 말에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야 풋사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
* 계세요? *
현관문 너머에서 낯선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미하엘은 본능적으로 뒷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었고, 나는 옆구리에 장착했던 권총을 꺼냈다.
나는 현관문 가까이 밀착해 문 너머의 소리를 들었고, 미하엘은 인터폰으로 낯선 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 아, 아담... 우리...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
고개를 뒤로 돌려 인터폰 화면을 보자, 범비 정부의 상징. 분홍색 훈장을 달고 있는 정부 경찰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