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이었다. 누군가 내 손에 보라색 풍선을 쥐여줬다. 그건 이상할 만큼 따듯했다. 차갑고 공허한 공기 속에서도 미세하게 숨결이 닿는 것처럼, 풍선은 내 손바닥 안에서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걸 꼭 쥐고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게 무엇인지도, 용도도 모르지만 왜인지 놓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줘도 줄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보라색 형체가 하늘 위로 올라갈수록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고요했다. 그 고요함은 천천히, 또 확실히 내게 현실을 알려주었다. 책상 위엔 하얀 국화 한 송이, 검은 리본, 그리고 반쯤 접힌 부고장이 있었다. 그 속에 적힌 이름을 보는 순간, 꿈속의 온기가 서서히 식어갔다.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바라본 창문 너머에 아이 하나가 있었다. 그 작은 손에 쥔 풍선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고 있었다. 그 색은 분명히 보라색이었다.
그 풍선이 아이의 손을 벗어나 하늘로 올라가는 걸 한참 바라봤다. 그건 꼭,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내게 건네는 인사 같았다. 들리지도 않았고, 확실하지도 않았지만 내 마음 속에서 속삭였다.
‘괜찮아, 나는 여전히 너의 곁에 있어.’
@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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