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5 23:45•조회 46•댓글 0•잔월
이 풍진한 세상에 몸을 던졌으니,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으니.
「汝之所願 何在哉」
그대의 바람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부귀와 영화를 두 손에 거머쥐면
그것으로 인생의 허기가 족하겠는가.
비단 옷은 살결을 덮되 뼈마디까지는 덥히지 못하고,
황금 잔에 술을 가득 부어도
마음속 공허는 끝내 넘치지 않으니,
웃음은 촛불과 같아 바람 앞에서 먼저 떨릴 뿐이니.
푸른 하늘은 만년토록 그 자리에 있으되
인간의 일생은 몇 번이나 바뀌는가.
밝은 달 아래 홀로 서서 곰곰이 헤아리니
천지의 일은 태연한데
인심은 물결처럼 일렁이리오.
세상만사는 춘몽이라,
꽃 피는 줄 알았더니 이미 지고
손을 뻗는 순간 꿈은 베갯머리로 흩어졌도다.
젊은 날에는 알지 못했더라.
담소화락에 몸을 맡기면
근심이 술에 녹아 사라질 줄 알았고,
주색잡기에 정신을 던지면
속세의 번뇌를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느니라.
허나 잊음이란
강물에 돌을 던지는 일과 같아
물결은 잠시 잠잠하되
바닥에 가라앉은 무게는 그대로 남으리.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그대의 희망은 무엇이냐.
천하를 얻는 것이 희망인가,
아니면 이름을 죽간에 새기는 것이 희망인가.
허나 천하는 모래와 같아
쥐면 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이름은 연기와 같아
불러주는 입이 사라지면
함께 허공으로 흩어지는가.
오직 한 가지,
꿈임을 알면서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하루하루를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이오.
비록 삶이 환영이라 할지라도
꿈속에서조차 차마 짓밟지 못할
한 점 진심이 있다면
그 인생은 이미 공허하지 않으리.
이 풍진한 세상에 태어났으니
나는 오늘도 달을 향해 고개를 든다.
부귀를 탐하지도, 영화를 구하지도 않되
다만 이 덧없는 생이
너무 차갑게 스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오.
춘몽이 다하여
긴 잠에서 눈을 뜨는 날,
비록 모든 것이 허상이라 할지라도
그 꿈만은 따뜻하였노라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세월을 건너가리.
空花 = 피어 있는 듯 보이나
손에 닿지 않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