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사는 메모를 손에 쥔 채, 서울 외곽의 낡은 서점으로 향했다. ‘세상은 언제나 빛을 따라간다.’ 그 문장은 오래된 철학서에서 인용된 문구였다. 그 책을 마지막으로 대여한 사람은, 강도윤. 전직 기자, 현재는 실종 상태. 서점 주인은 말이 없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오래된 책장처럼 닫혀 있었고, 이형사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단서를 찾고 있었다. “그 사람, 책을 빌린 날 이후로 연락이 끊겼어요.” 주인의 말은 짧았지만, 그 속엔 뭔가 숨기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형사는 책장 뒤편의 CCTV 녹화기를 가리켰다. “그날 영상, 아직 남아 있습니까?” 화면 속 강도윤은 책을 고른 뒤, 계산대에 메모지를 하나 남겼다. 그 메모에는 또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진실은 빛보다 느리게 도착한다.’ 이 형사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첫 번째 사건의 메모와 연결되는 암호 체계를 떠올렸다. 범인은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라, 메시지를 남기는 자였다. 서점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 형사의 휴대폰에 익명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음은 당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빛을 따라오지 마세요.” 그는 멈춰 섰다. 안개는 여전히 짙었고, 그 안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