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00:08•조회 15•댓글 0•빛바랜 사진
1
그때 내 옆을 계속 지켜줬던 친구야.
너 이름이 가영이였던가, 가윤이였나.
사실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아.
학교 종이 울리자마자 가방을 쳐메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던 그 여름날의 방과 후.
그땐 운동장에선 처음 보는 아이와도 금세 친해져 재밌게 뛰어놀았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 않네.
그렇게 실컷 놀고 학원 버스가 오기 전까지 주어진 그 짧은 시간이 우리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했잖아.
문방구의 주황빛 조명 아래 피어오르던 불량식품의 새콤달콤한 냄새.
카드도 없이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랑 동전 몇 개를 꺼내 와다다, 콜라사탕, 아폴로, 초코펜까지 싹 쓸어 담아 먹곤 했었는데.
웃긴 건 내가 그때 매일같이 사 먹고 제일 좋아했던 그 간식 하나만 거짓말처럼 이름이 기억이 안 나. 네 가지 맛이 나던 톡톡 튀는 가루였던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머릿속에서만 맴돌아.
문방구 앞 뽑기 기계랑 카드 팩 상자는 거의 우리들의 보물창고였지.
숲의 요정 페어리루 카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면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고,
신비아파트 귀신 이름을 달달 외워가며 카드를 모으고, 넘기는 법도 잘 모르면서 요괴워치 딱지를 분신처럼 매일 챙겨 다녔잖아.
그런데 책상 서랍 깊숙이 모아두었던 그 수많은 상자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너가 전학 간다는 말을 처음 꺼냈을 때, 난 그냥 흔한 장난인 줄만 알고 덤덤하게 "잘 가"라고 돌아서 버렸잖아. 그게 우리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 알았다면 절대로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텐데. 그때 더 따뜻하게 안아줄걸, 연락처라도 꼭 물어볼걸... 그 짧았던 인사가 미치도록 후회되고 미안했어.
다시 한번만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만약 기적처럼 마주치게 된다면, 그땐 망설이지 않고 꼭 서로의 전화번호부터 나누고 싶어. 너는 언제나, 어디서든 환하게 빛나던 아이였으니까 지금도 분명 멋지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믿어.
마스크도 없이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뛰어놀고, 문방구 평상에 쪼르르 앉아 까르르 웃던 그 포근했던 바람.
이름도, 얼굴도 어렴풋한 친구야,
너도 가끔 그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니? 다들 어디선가 그때의 맑은 미소를 간직한 채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 이제서야 기억났네.
그 시절 나의 가장 찬란했던 계절을 함께해 줘서 고마웠어, 가인아.
.
주로 제 옛 추억을 글로 써서 올릴 예정인 신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