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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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7 17:30조회 37댓글 1ne0n.
불꽃은 금방 사라지지만, 그 찰나의 빛만큼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일까. 네가 마지막으로 웃던 얼굴이 아직도 내 눈앞에서 꺼지지 않는다. 이미 손끝에서 미끄러져 사라진 사람인데, 왜 그 순간의 잔향만은 선명하게 남아 내 마음을 붙잡는지.

우리는 오래 타오르지는 못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오래갈 모양새는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서툴렀고, 흔들렸고,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헤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마음을 꺼내 서로에게 건넸던 그 순간만은, 밤하늘의 절정처럼 아름다웠다.

불꽃이 터지기 직전, 짧지만 깊은 고요함이 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들이 한꺼번에 타올랐다가,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마치 우리가 그 찰나에 모든 감정을 태워버린 듯이.

그리고 남아있던 것은 잔향뿐이었다. 빛이 터지고, 흩어지고, 검은 하늘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작은 잔해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조금씩 끝을 향해 내려앉았다. 뜨겁게 타오른 만큼 빠르게 식어갔고, 그만큼 더욱 선명하게 남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 결말이 싫지 않았다. 밤하늘에 남겨진 흔적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우리가 얼마나 환하게 타올랐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기에. 지나간 뒤에야 그 빛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어쩐지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너와의 끝은 화려하지도 않았고, 영원하지도 않았지만 그저 ‘우리’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우리가 서로의 세계를 비춘 건 사실이었으니까. 영원이 아니더라도, 한순간 전부였던 시간이란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아마, 그 찰나의 불꽃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사라진 뒤에야 더 오래 타오르는 불꽃처럼, 우리의 순간은 내 안에서 지금도 천천히 빛나고 있다.

@ne0n.
시험 2주도 안 남앗는데 독감 걸렸어요 기말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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