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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손가락 하나가 내 마음과 다르게 멋대로 움직였다.
"괜찮겠지"
라며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그 손이 내 의지 없이 점점 더 당신에게 닿고,
당신을 찾을 때마다 내 심장은 조각조각 무너져 내렸다.
내가 쥐어도 쥘 수 없는 손이,
내 마음보다 훨씬 먼저 당신을 향해 뻗어갈 때마다
나는 숨을 쉬고 있는 게 지옥 같았다.
내 몸은 여전히 나인데, 내 심장은 이미 당신에게 바쳐진 것처럼, 산산이 조각난 채 당신을 위해 뛰는 듯했다.
밤마다 손이 내 안에서 스스로 꿈틀거릴 때,
나는 숨을 죽이고 그 광기를 지켜봤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그것이 당신을 향해 춤추고 있을 때,
나는 동시에 사랑하고 미쳐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에도, 손은 나를 배신했다.
침대 옆 협탁, 방 안이 비쳐보이는 거울까지,
손은 스스로 움직여 당신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내가 손을 붙잡으려 할면 할수록, 손은 더 집요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손이 내 의지를 따르지 않는 매 순간마다, 나는 내 존재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결국 깨달았다.
이 손이 내 것이라면,
내 심장도, 내 혼도, 이미 당신에게 속해버린 것이라는 걸.
살아 있는 동안, 당신 없는 삶은 견딜 수 없다는 걸.
이 손, 내 심장, 내 몸, 내 모든 것을 바치고서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이 내 존재를 인정해주길 바라는,
이 미친 집착과 광기 속에서 나는 점점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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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손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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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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