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늘이 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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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5 20:39조회 41댓글 2@EIEI_eiei0🫶
— 8월의 태양은 잔혹할 만큼 눈부셨다. 뜨거운 바람이 논두렁을 스쳐 지나가고, 먼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날, 사람들의 마음은 하늘보다 더 넓고, 햇빛보다 더 뜨겁게 뛰고 있었다.

민수는 역 앞 광장에서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 손바닥 속의 신문은 이미 땀에 젖어 축 늘어졌다. 활자로 찍힌 모든 글자가, 오늘만큼은 떨리는 심장박동과 함께 읽히는 듯했다.
그 옆에서 할아버지는 굳게 다문 입술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이제… 이제 오는 거다.”
그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돌벽 속에서 묵혀온 울음이 새어 나오는 듯 낮고 떨렸다.

그때였다.
역사의 한 순간이, 확성기를 타고 마을 위로 흘러들었다.
“일본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오늘, 우리 조국이… 해방되었습니다!”

순간, 모든 소리가 뒤섞여 터졌다.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렸고, 누군가는 두 손을 하늘로 뻗었다. 아이들은 그 뜻을 알지 못하면서도 웃으며 달려다녔다. 노인들은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민수는 숨이 막혔다. 눈앞이 흐려졌다.
그는 손에 쥐었던 신문을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 종이 위로, 태양빛이 반짝였다.
“우리가… 우리가 해냈어!”
그 목소리는 마을의 골목골목을 지나, 산 너머까지 울려 퍼졌다.

멀리 교회 종탑에서 종소리가 댕, 댕 울렸다. 그 울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오랜 속박이 부서지는 순간, 땅속까지 울리는 해방의 숨결이었다.

그날 저녁, 모닥불 주위에 사람들이 모였다. 누군가 오래 숨겨두었던 태극기를 꺼내 들었다. 천은 바래고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지만, 그 깃발 속에 흐르는 피와 눈물은 또렷했다.
민수는 깃발을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우리가 이 땅을 지켜야지..’

밤하늘에 별이 빛났다.
그 별빛은 전쟁이 남긴 어둠을 천천히 지워냈다.
그리고 그날의 종소리는, 시간이 흘러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민수의 가슴속에서, 나라의 가슴속에서, 오늘도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__ 그날, 하늘은 우리의 이름을 되찾아 주었고, 바람은 자유의 숨결을 품어 우리를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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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15 작성
@EIEI_eie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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