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09:45•조회 53•댓글 1•청해
한낮의 태양은 잔혹할 만큼 밝았다. 바닷바람은 소금기를 품고 살갗을 스쳤고, 젖은 모래는 발목에 묵직하게 달라붙었다. 그날 우리는 끝없이 웃었다. 말라붙은 입술로, 까맣게 그을린 어깨로, 서로를 찍고 또 찍었다.
폴라로이드는 느리게 현상되었다. 흰 여백 속에서 차츰 떠오르던 우리의 얼굴은 그때만 해도 영원할 거라 믿었다. 젖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이마, 햇빛이 눈동자에 박혀 반짝이던 그 순간, 그리고 네가 무심히 던지던 말투까지 모두 그 작은 프레임 안에서, 여름 한철의 빛을 품은 채 멈췄다.
여름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서랍 맨 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사진을 꺼냈을 때 색은 이미 조금 바래 있었다. 모래 냄새도, 바닷바람의 차가움도 이제는 손끝으로 더듬어야만 겨우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나는 사진을 오래 바라보았다. 너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더 이상 내게 닿지 못했다. 시간은 그렇게 잔인하게 흘러 사진을 낡게 만들고, 우리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나는 폴라로이드를 창가에 세워 두었다. 햇빛이 다시 그 위에 내려앉자 색이 한 겹 더 옅어지는 듯했다. 마치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아주 느린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사진을 버리지 못한다. 언젠가 완전히 흰 여백이 될 때까지. 그리고 그때조차, 그날의 파도 소리와 너의 웃음은 내 안에서 여전히 멀지 않은 곳에서 숨 쉬고 있을까봐.
우리의 찬란했던 청춘을 되살릴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