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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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9 22:04•조회 82•댓글 3•파락
청춘사. 싹이 푸르게 돋아나는 봄철, 인생의 젊은 시절. 그 순간에 무궁히 사로잡혀 천천히 식어가며.

지금을 특별히 여길 가장 명확한 이유. 청춘을 살아가는 우리, 양 손 맞잡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어가자.

—심장박동 소리에 가려진 웅얼거림이 흐리지만 선명한 목소리로 유혹했다. 곰팡이가 사방을 채운 축축한 마음에서 유일하게 흐르는 꽃내음은 구태여 무시하려 해봐도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다가갈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소리도, 형태도 없는 봄을 머릿속으로 작게 그려보았다. 가장 끔찍한 계절을 청춘이라 부르는 이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믿어왔으니까, 내가 틀렸다면 이 세계에 아름다움이란 대체 어디에? 눈알을 아플만큼 빠르게 굴리니 이상을 닮은 봄의 향은 옅어졌다.

저기요, 청춘이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면서요. 나는 그 말에 속아 줄곧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어요. 천진난만함에 잠깐 피어오른 꽃 이후에는 썩어갈 날만이 남았는데, 그게 어딜 봐서 아름다워요? 어린 나는 정말로 고통 따위는 눈 깜짝할 새에 시나브로 지워질 줄 알았단 말이야.

어리석은 끈을 구원으로 삼았던 시간은 바닥에 널브러져 천천히 문드러져 갔다. 차라리 생명력 잃은 땅의 무의미한 양분이 되어 사라졌으면 편했겠지만, 너덜너덜한 채로 계속 잔존했다. 진작 흙이 말라버렸기 때문에 묻어버릴 수도 없어서, 그 거슬리는 잔여물을 품고 산다는 건 시리기만 할 뿐이었어.
다만 홀로 썩은내를 삼켜가며 달력을 여럿 버리는 삶에 사로잡혀 있었다.

몸이 점차 굳어가고, 금세 숨이 차고,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 자라난 칡이 온몸을 옭아매 움직일 수 없으며, 자신의 의식을 파고들수록 바늘이 폐를 긁어대는 듯한 호흡을 하고, 내디딜 의지를 잃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 숨막혀, 그만 둬, 그만. 아마도 노화를 말하고 싶었겠지만, 아직 어린 현재를 살아가는 내겐 청춘의 정의로써 와닿을 수 밖에 없었다.
늙어감이란 모든 것과 뒤섞여 모래의 몸으로 훨훨 날아가는, 아득한 종말의 목적지를 반쯤 잊은 채 무기력하고 따스한 하루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금의 끔찍함을 깨달은 이후 꿈꾸며 동경했다. 한참을 남은 시곗바늘을 차마 직접 돌리기엔 날카로운 흐름에 손이 베어버릴 것 같아서 망설이기를 반복.

죽음을 쥘 순 있어도 바람대로 쉽사리 밀어내기는 무리라는 게 매번 의문이었다. 그다지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는 않은 잡담이니 점차 공기가 되었지만. 아무튼.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청춘이 가장 환하게 만개하는 시기가 찾아온다면 누구든지 자신의 나약함을 시험하고, 나 또한 그럴 것이다. 살아갈 수 있는 자는 이쪽으로, 그렇지 못한 자는 이쪽으로 오세요, 라던가. 괜한 의미 부여로 갈림길을 떠올려 본다면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그가 무심하다는 건 이 세상의 모두가 알고 있겠지. 우리는 한낱 간식거리.
신에게 묻고 싶다. 제겐 지금을 살아갈 힘이 있나요? 없다면 왜 아직도 망설이면서 날 데려가지 않는 거야. 그렇다고 굳이 제 발로 갈 생각은 없다. 내일이 자꾸만 반복된다면 커져가는 답답함과 흩날리는 썩은 꽃잎에 파묻혀 멍청한 기억은 잊어버리고 나는 강한가, 착각하며 오래도록 살겠지.

자그마한 경우의 수 하나에게 이름을 붙여본다면, 애써 눈을 멀리하던 향이 자꾸만 속삭이던 그 청춘사. 급격히 저물어가는 봄에 낙화 알레르기로 사망.

꽃가루 알레르기랑 다를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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