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이 얼마 없는 여름의 입술이 뻐끔거리기 시작했다.
봄은 이제 비와 영원에게 끌려가 사라져 버릴 건데.
ー 사랑해 봄.
너무너무 사랑해 봄.
숨이 차 군데군데 공백이 생겨 초라했다.
여름은 마지막 말을 삼켰다.
봄의 마지막이 여름의 눈앞을 어지럽혔다.
여름이 봄을 사랑했기 때문에
여름은 좌절했다.
시작된 순환
ー
여름은 봄에 익사했다.
봄은 습하지 않다.
봄은 축축하지도 않다.
영원이 울렁인 탓에.
여름은 봄이 사라지는 게 두려워서
그냥 봄에 빠져버리기로 했다.
찰박거리는 봄.
영원을 살아가게 해서 미안해.
ー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여름이 쏟아낸 눈물이 유리창에 맺히기 시작했다.
여름에 빠져서 버둥거려.
봄도 여름도 영원해졌다.
지금은 무슨 계절이야?
아
맹세코 봄도 여름도 아니구나.
ー
봄과 여름의 틈새.
아슬한 경계선을 밟아
이어 나가는 영원.
영원을 사랑합니까?
봄 바다 윤슬.
선홍색 벚꽃잎이 바다 위에 내리 앉아
일광을 받으며···.
어찌 되었든 윤슬은 빛난다.
설령 이걸 사랑이라 말할 수 없어도 말이다.
비참하게도
윤슬 ≠ 사랑
ー
벚꽃과 장마, 그리고 영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딸기주스의 얼음이 전부 녹아있었어.
어쩌면 영원은 존재하지 않아서.
봄이 영원했던 탓에 여름의 애■이
저 바다가 되어버렸다.
봄은 바다를 참 좋아했는데
어디 있어, 봄.
봄의 신발 한 켤레는 그 물가에 놔두고 온 거야?
ー
여름은 봄의 등을 바라본다.
봄 또한
여름의 얼굴을 덧그리다,
어느새 비릿한 물 냄새를 머금은 델피늄이
봄의 심장을 가득 채웠다.
애정으로 인한 고독사
웃어줘 여름
여름은 여전히 봄을 그린다.
영원에서도 봄을 사랑해.
영원의 궤도를 따라 쭉 달렸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다.
움직이지 마, 봄.
ー
햇빛과 여름
봄의 필름 카메라에 담겨있는
햇빛과 여름이 호숫가에 둥둥 떠다닌다.
햇빛과 여름을 본 순간 봄은
무언가 고민 할 새도 없이 시선을 빼앗겼다.
눈을 맞추는 여름과 웃는 봄.
여름 냄새
쿰쿰한 여름 냄새는
봄의 서랍 한구석에
여름의 기억 파일이 정리되면
작은 상자에 고이 넣어
영원에게 보내줘.
시린 봄에 만개하는 꽃 있듯이
영원에도 만개할 수 있습니까?
ー
봄은 여름을 닮아있었다.
여름의 애정
그 여름 바다와 봄을
여름은 절대 잊지 못한다.
여름의 일장춘몽
다 끝이구나
얼기설기 엉켜있는 구원의 증명
여름은 아직도
아직도 봄에 고여있다.
때가 되었으니, 여름은
봄에 여름을 놔두고 가겠습니다.
ー
여름은 봄의 천 일
그러므로
여름은 봄의 청춘입니까?
만날 수 있을까.
봄의 발자국을 잇따라 걷는 여름.
봄이 흩뿌린 벚꽃이
여름의 눈 앞에 휘날린다.
그렇게 여름은 봄의 잔향만을 좇으며···.
영원한 생에 내려진 무자비한 봄.
여름은 만나지 못하는 봄을
평생 회상하며 살아가야 합니까?
서로를 찾고 있어서
결국 만날 수 없다.
응어리 진 채로 자라지 않는 복숭아 열매.
흐르지 않는 시간.
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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