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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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 00:00조회 56댓글 4빙화
BL / 급전개 주의



사랑이 힘들어?




'신우야, 우리 헤어지자.'
'형, 어디에요?'
'하늘이 너무 이뻐.'
'동방이죠? 갈게요.'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곤 집을 나서 동방으로 달렸다. 차갑게 볼을 스치는 가을바람에 숨이 가빠졌다. 그리 숨이 트이진 않았다. 막 구겨 신은 운동화가 거슬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다. 사실 걸어도 상관 없긴 한데, 형이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랬다.



"허억, 여기 계산요."
"천 팔백 원입니다. 원 플러스 원 이벤트 상품인데, 하나 더 결제하실 건가요?"
"어, 네. 여기요.. 감사합니다. 후우."

편의점에 들어와 잠시 숨을 고른 뒤, 바나나 우유 두 개를 백팩에 조심히 넣고 다시 달렸다. 3분 정도면 도착하겠지? 학교 정문은 몇백 번이나 오간 것 같은데도 도무지 적응이 안 돼서 숨이 찼다. 잠시 뒤, 옆에서 신우를 발견하고 반갑게 뛰어오는 우연이 있었다.



"우리 막내, 어디가?"
"허억, 여완이 형, 만나러요, 하아."
"걔가 그러는 게 한두 번이야? 걔가 뭐가 좋다고 이 짓거리를 몇 달 동안 하냐, 그러다 너 후회해."
"후회는 무슨, 바나나 우유도 샀는걸요?"
"어우... 진짜 진심이다."
"우리 막내 다 컸다. 사랑꾼이 다 됐네?"

아아 형, 이거 놔요! 어느새 우연을 따라온 제인이 저의 볼을 꼬집으며 사투리를 남발하고 있었다. 야야, 나도 나도. 니는 징그러워서 안 해준다. 아잇쒸 남친한테 그게 뭔 소리야! 하루도 빠짐없이 싸워대는 그들이 내심 부러웠다. 그것도 잠시, 얼얼한 볼을 부여잡고 조심히 자리를 빠져나와 동방이 있는 건물로 올라갔다.





"형, 또 무슨 일인데요."
"와 바나나 우유! 고마워, 신우야."
"하늘이 너무 예쁘다고요? 형이 더 이쁜데."

으, 커플 짓은 나가서 해 얘들아. 짝사랑 현재진행형은 조용히 하세요. 오 세하형 짝사랑하는 사람 있어? 그런 거 아니야 커퀴들아! 곧이어 날아오는 베개를 한 손으로 막아내고 여완의 몸을 감쌌다. 바나나 우유가 차가운지 몸을 한번 떨고 빨대를 꽂는 모습이 아직도 귀여웠다.



"맞아. 나도 저 하늘보다 너가 더 이뻐."
"근데 왜 헤어지자는 건데요."
"너가 생각나서."

너가 내 세상을 모두 차지할까 두려워. 형은 이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워낙 속이 깊고 안 보이는 사람인데 4차원 기질까지 더해지니 마음을 알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고백하는데 애 좀 먹었지. 세하가 작업하던 맥북을 들고 나간 것을 확인한 뒤, 여완의 볼에 입을 맞췄다. 말은 없지만, 볼에 홍조가 올라오고 아랫입술을 꾹 깨무는 그만의 버릇이 보였다. 아, 귀여워.





수업이 끝나고 여완을 만나 동방으로 갔다. 다른 형들이 먼저 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조용히 세하와 류진 쪽을 가리키며 여완을 향해 웃자 같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제 말이 맞죠? 응, 세하형 얼굴 완전 빨개. 세하는 그런 제 쪽을 째려보았다. 거기 커퀴, 귓속말 그만하고 니네 할 일이나 해.

사진 인화를 하며 앞을 보니 입술을 내밀고 사진을 고르는 여완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그 입술을 어떻게 하고 싶었지만 세하가 들고 있는 애플펜이 날아올 것 같아 그만두었다. 대신 테이블 밑으로 발을 툭툭 치며 키득거렸다. 다행히 세하의 애플펜이 아닌 우연의 야구공이 날아왔다. 우연은 동방에서 야구공 던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냐며 세하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풉, 여완도 키득거렸다.



"가끔 세하형을 보면 인색한 고양이 같아."
"신우야 김여완 저거, 어제 책 읽었냐?"
"아니거든 윤우연. 류진형은 어떤 뜻인지 알 거에요."
"하하. 근데 여완아, 너도 속으로만 삼키지 말고 말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어."
"그럼 나는 아무것도 안 말한단 말이야? 신류진, 와.."
"아니 세하야 그런 뜻이 아니었어!"

동방은 어느새 웃음으로 가득 차있었다. 신우는 그저 여완의 뒤를 지킬 뿐이었다.





단풍나무길 위 공중에서 잡고 있던 여완의 손이 떼어졌다. 놀라 옆을 바라보니 여완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맑고 깊은 눈. 이젠 눈빛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어. 무슨 감정에 빠진 것인지, 어떤 말을 꺼낼지.



"신우야, 우리 헤어지자."
"형 맘 가는 대로 해요, 언제나 저는 형 편이니까."
"미안, 바나나 우유를 보고 고등학생 때 여자아이가 생각났어. 너무 미안해. 그니까 헤어지자. 너가 봤을 때도 그렇지?"
"사람이 다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 갈게."

여완은 빠른 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 나 말실수 한 거구나. 사랑이 왜 이렇게 어려워? 아니, 여완형이 어려운 건가.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옮겨 자취방으로 왔다. 식탁 위 형과 같이 찍은 사진을 덮어놓았다. 그치, 이 시간도 잠시겠지. 류진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분명 사랑은 똑같이 하는데, 왜 느끼는 게 다른 걸까요?"
"음.. 사랑을 전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가..?"
"결국, 형한테 상처만 줬어요. 나는 형이랑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그게 버거운 걸까요?"
"나는 여완이가 자신만의 세상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평생 혼자 가꾸던 그 공간에 너를 추가하고 싶지만, 벅찬 걸 거야. 여완이도 너 엄청 사랑해. 다가가는 속도를 늦춰보는 게 어때?"





.

"형, 마음이 너무 아파요."
"여완아,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
"음.. 신우가 너무 좋아요."
"으응..?"
"그니까 신우가 너무 좋은데, 벅차요. 감정이 너무 커서 힘들어요."
"이젠 세상을 넓힐 필요가 있어, 여완아. 그 아이도 널 엄청 사랑하는 것 같더라."

정말요? 응, 그럼. 어릴 적부터 옆집에 살아 알고 지내던 여완은 속을 알 수 없는 아이였다. 조용히 사고를 치고 다녀서 매일 류진과 같이 다니던 게 생생했다. 대화에 집중도 못 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여완이 과연 사랑이란 감정을 이해할까, 싶었는데. 그때쯤 관심도 없는 여자아이의 고백을 받아줬다는 소리를 듣곤 기대를 접었다.

얘는 안 되는구나, 했는데 같은 대학까지 와보니 최신우라는 아이가 자신을 따라다니더란다. 금방 포기하겠지 했는데 결국 사귀기까지 하고, 여완은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다. 그런 신우를 위해서라도 여완의 세상에 신우가 있을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여완아, 신우는 놓치면 안 된다."

평생 모시고 살아야 할 판이야.

.





여완이 형과 학교 근처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곳곳에 단풍잎이 흩날렸다. 붉은색, 수줍은 형의 볼. 노란색, 형이 좋아하는 스웨터. 초록색, 바나나 우유의 뚜껑. 갈색, 형이 매일 매고 다니는 가죽백...

어느새 노란 스웨터에 작은 가죽백을 맨 여완이 신우 쪽으로 걸어왔다. 신우는 방금 잡은 낙하하던 단풍잎을 여완의 귀 뒤에 꽂아주었다. 잘 어울려요, 예쁘네요. 여완의 볼은 붉은 단풍잎 색이었다. 신우는 그런 여완의 손을 꼭 잡았다.



"사랑이란 건, 그니까 행복이란 건 서로를 이해하는 거에요. 제가 형을 너무 사랑해서, 형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요. 어때요?"

여완은 손을 살며시 빼 신우의 어깨에 올려두고 그대로 입을 조심스레 맞추었다. 잠시 뒤, 얼굴이 멀어지고 여완은 아랫입술을 꾹 눌렀다. 신우는 다시 여완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었다.



"형의 대답이죠, 이거?"

여완은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해 신우야. 너무 사랑해서 힘들 정도로 널 사랑해."
"형, 사랑해요!"

신우는 여완을 꽉 끌어안았다. 신우야, 나 숨 막혀. 좀만 참아요 형. 몸이 떨어지고 신우는 여완의 볼을 양손으로 꾹 눌렀다. 그러고선 튀어나온 그의 입술에 입을 여러 번 맞추었다. 신우의 눈에 보이는 여완은 정말 귀여웠다. 동방에서 못했던 걸 지금 해보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물론, 여완과 함께라서 더욱 좋았다.



"내가 그렇게 좋아?"
"네. 사랑은 힘든 거네요. 형을 너무 사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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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빙화에요!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립니다♥︎

+ 죄송해요 동방이 공방으로 오타가 났어요.. 수정하였습니다ㅠ



https://curious.quizby.m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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