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나를 본다. 분명하다.
눈알이 없는데, 시선이 따갑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바깥에는 방이 있다.
방 안에는 내가 있었다.
아니, 내가 아닌 나 같은 것.
웃고 있었다. 나는 웃지 않았는데.
생각은 부유한다.
거울 속 그림자가 내 이름을 말한다.
그 이름은 내가 아닌데, 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가.
손가락은 다섯 개인데, 여섯 번째가 말을 건다.
“넌 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그가 끄덕였다.
시간은 되감기지도 않고 흘러가지도 않는다.
멈춰있는 시계가 박동친다. 똑딱, 똑딱,
심장이 아니라 벽이 뛴다.
나는 숨을 쉬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숨은 내 것이 아닌 듯하니까.
나는 누군가의 꿈 속에 갇혀있다.
그 누군가는 나를 모르고, 나는 그를 안다.
아니, 나는 나를 모른다. 그가 나를 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다.
눈을 뜨면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긴 눈을 감아야 보이는 곳.
나는 깨어 있지 않다.
나는 잠들지도 않았다.
나는 꿈이 되고 싶다.
그래야 깨어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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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추천해준 소재로 연성해봤어요!!
큐리
https://curious.quizby.me/Swee…연성 소재
”정신은 조각나고, 생각은 부유한다.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꿈 속에 갇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