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사랑의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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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9 00:39•조회 81•댓글 2•유키노텐시
붉게 물든 종막 : 찢긴 상처 사이로 흘러내리는 마지막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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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심리 끝에 마침내 내려진 판결문은 서늘한 종이 묵음이 되어 잔인하게 내던져졌습니다.


나와 그대가 주고받았던 수많은 약속과 맹세.

밤을 지새우며 쌓아 올린 감정의 성채가 고작 몇 줄의 냉정한 문장으로 차갑게 규정되는 순간.


법정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판사봉 소리는, 마치 우리가 나누었던 가장 찬란했던 계절의 거푸집이 바스러지는 파음과도 같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더 깊은 수준의 상처를 남겼는가.
우리의 끝을 이토록 파국으로 내몬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이를 증명해야만 하는 잔혹한 법정.


저희는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기 위해 기억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샅샅이 파헤쳤고,

그 과정에서 한때 그토록 눈부시게 빛나던 사랑의 조각들은 보기 좋게 갈가리 찢겨 나갔습니다.

선고가 끝난 뒤 손에 쥐어진 것은 완결된 서류가 아닌, 갈기갈기 찢어져 형체를 알 수 없는 종이조각들과 손끝을 파고드는 가시 같은 단어들뿐이었죠.


당신은 이 판결로 우리의 관계가 완벽히 종결되었다고 말할까요.


그러나 찢겨 나간 종이의 날카로운 단면마다 여전히 붉은 피처럼 배어 나오는 것은
끝내 파기하지 못한 지나간 날들의 아찔한 온기가 아니었을까요.


형벌처럼 남겨진 이 이별의 판결문 위로 저는 가만히 찢긴 조각들을 맞추며, 우리가 한때 서로의 전부였음을 비참하게 증명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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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가장 깊은 흉터를 남기는 것으로 증명해야 했던 사랑, 아무래도 그 잔혹한 판결문 끝에 차마 마침표를 찍진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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