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너와의 이별을 맞이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 슬픔이 몰려온다거나 고통스럽다는 둥의 반응들은 내게서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아쉽다는 마음은 확실하게 들었던 것 같기도.
그리고서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점차 겪었던 그 이별에 익숙해져 서로가 없는 시간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영원히 슬퍼할 수도 없으니, 스스로에게 그렇게 설명하며 위안을 삼았다. 머무르던 가을에도 적응해 나갈 즈음 시간은 다시 한번 흐르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겨울, 눈은 조금씩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온통 세상이 눈에 잠겨 수북히 쌓이고 있었다. 점차 이 세상을 채워나가던 눈이 아름답게 보였다. 손에 가득 모으면 손이 시려올 뿐이었지만, 어느새 그 온기에 녹아가는 걸 보는 것마저 새하얀 축복 같았다.
너도 이 눈을 보고 있을까.
휴일에는 항상 창문을 바라보았다. 오래 열지 마라는 잔소리에도 뒤로하고, 눈을 보는 순간마저 즐기고 있었다. 마치 너와 함께 하였던 순간처럼 가득 채워지는 즐거움이 내게는 만족스러운 유희가 되었다.
어디선가 이 눈을 함께 보고 있을 네가 생각났다. 눈이 떨어지는 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풍경에 만끽한 채. 흐르는 시간 속 왜인지 모르게 이 기분을 공유하는 것만 같아서 그리움에 젖었다.
다음 날이 되고, 휴일을 벗어나자 내가 도착한 곳은 학교였다. 같은 반인 너에게 인사하면 그것이 무시라도 당할까 걱정되어 딱히 말을 걸지도 않았다. 평소에는 눈길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으니 대화를 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다르게 대했다. 내게 다가와서, 그 짧은 인사 한마디와 함께 너는 손을 흔들었다. 나는 놀라는 것도 잠시 그 인사에 보답하듯 손을 흔들었다. 자리로 돌아가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곤 옅게 웃어보이던 네 얼굴이 잠시 보이다가 이내 사라졌다.
너도 나처럼 그 눈에 같은 기분을 공유하고 있었을까. 턱을 괴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도, 밤도 무엇 하나 차별점을 두지 않은 채 지금도 흐르는 그 눈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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