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8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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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8 18:17조회 44댓글 0은하수
2026년 3월 8일 일요일

제목: 여자아이

잘 지내? 두 번째 편지야. 오늘은 외식을 했어. 점심에 부모님이랑 네가 좋아하던 파스타 가게에 갔거든. 너랑 먹을 땐 정말 맛있었는데, 오늘은 씁쓸하더라.

부모님은 이제 널 잊고 살라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널 어떻게 잊겠어.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 알아? 그래서 우리도 갈라진 걸까. 모르겠어. 하지만 너에겐 첫사랑이 아니잖아. 난 네가 만났던 수많은 남자아이들을 봐 왔는 걸.

그런데, 집으로 걸어서 돌아가는 길에 너를 봤어.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너였어. 너를 닮은 여자아이도 아니고, 내가 환각을 본 것도 아닌 그냥 너. (환각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어. 엄마는 왜 그러냐고 나를 다그치고 주위 사람들이 웅성대며 괜찮냐고 묻더라. 그런데 있지, 약간 페이드아웃 된다고 해야되나? 너만 보이고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이상한 일이지.

정신 차려 보니까 집에 다 왔더라고. 엄마랑 아빠가 날 막 다그치는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어. 말문이 막힌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진짜 너였는데, 아무도 몰랐어.

근데 내심 기뻤다? 나만 너를 본 거 잖아. 나만 널 알고 있는 거고.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건지 어린 애처럼 웃어버렸어. 혹시 거기서 보고 있다면 대답해줄래? 나 여기 있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부탁할게.

추신: 이 편지를 쓰면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의 Spakle과 Dream Lantern을 들었어. 되게 좋더라. 애니메이션도 봐야겠다고 생각 중이야.



실제로 이 글을 쓰면서 너의 이름은 ost들을 들었습니다. 너무 좋더라구요. 애니메이션 보러 갑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노추 / RADWIMPS-Dream Lan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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