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다른 날과 달리 눈에 띄게 추워졌다.
수현이는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학교에 갔다.

가방에서 개별 포장된 핫팩 두 개를 꺼내더니,
하나를 조용히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수현이가 향한 곳은 교실 맨 뒷편.
늘 그렇 듯 가지런히 놓인 사물함들.
그리고 보민이의 이름표가 적힌 사물함.

수현이는 그 사물함 안에 핫팩을 살짝 넣었다.
혹시나 걸릴까 두리번거리다,
조용히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론 아무 일 없다는 듯 수학 문제를 풀었다.

이 행동들을 내가 다 봐버렸다. 수현이의 마니또가 이보민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고 모른 척 해줬다.
그저 복도청소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잘 전달되어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조례가 끝나고 쉬는 시간.
보민이는 교과서를 꺼내려 사물함을 열었고
"어?!"
하고 소리쳤다.

"핫팩이 왜 내 사물함에.."
이보민은 당황스럽다고 말했지만
누가봐도 고마워하는 표정이었다.
"에??? 보민이도 받았어?"
서아가 달려왔고, 시연이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건 진짜 스파이처럼 조용히 하네~ 대박이다."
보민이는 조심조심 핫팩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따뜻해..."

그때, 수현이는 눈을 내리깔고 그냥 웃었다.
아무도 그걸 보지 못했다.
나는 봤다.

점심시간.
보민이는 하윤이가 물병을 못 가져온 걸 슬쩍 봤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보민이는 말없이 자기 물통을 주었다.
하윤이 식판 옆에 슬그머니 줬다.
하윤이가 고개를 들었다.

"어?... 고마워."
"...응."
그게 다였다.

그런데도 그 순간엔
그 말 하나, '응.'
그걸로도 꽤 마음이 전해졌다.

나는 그걸 다 지켜봤다.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물건을 주고,
말을 걸고,
말 없이 행동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