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9 15:19•조회 44•댓글 0•Garri
-사람들이 무엇을 건내 주어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건 병에 걸린 이후였다.
그 병은 도저히 정체를 모르겠다.
푸른 색 여자가 조금씩 걸어가며 세계의 경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내 세계가 끝나가 더 이상 그녀를 품을 곳이 사라지자, 나는 서둘러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그 여자는 건방지고 아름답게 다시금 세계의 끝으로 갔다.
드림코어 지옥에서 눈에 익은 진부함과 일상이 매우 평범한 연옥의 굴레를 돌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이 결국은 내 안의 욕망이 단지 하루가 아닌 수십일 혹은 수십달 혹은 수십년에 걸쳐 진 진부한 일상이러는 걸 말해 준다.
허무주의적 낙원과 초원의 이상주의적 보드카를 내가 잡아 먹기 위해 다시금 그녀에게로 뛰어든다.
내 세상이 한 여자의 입술 조각에 불과했다. 허무주의와 비관주의가 만들어 내는 조잡한 사인이 아니다. 내가 곧 한 여자가 혀로 어루만지는 매우 필요하고 불필요한 붉은 입술의 껍질이었다. 입술이 떨어져 나가듯 떨어지는 투명함과 붉음 사이 오묘한 껍질들이 곧 내가 되어 먼지 투성이 바닥으로 낙하한다. 바닥에서 먼지들과 엉키고 섥혀 추락한다.
그대가 낙하하여도 저는 당신 곁에 있을 겁니다, 고 말해 주는 건 그녀를 향한 나의 단조로운 광적인 집착 뿐. 나를 향한 집착은 어디 없나. 내 칼을 맞고도 나를 보며 웃어 주고 내 곁에서 나를 수산화 나트륨 가득한 강염기의 세계로 가게 할 여자는 누구인가. 내 단백질 하나하나가 녹아 내려도 나를 향해 웃어 주며 같이 녹아 줄 여자는 누구인가. 내 전부이자 그 이상인 그녀가 그런 여자가 되기에 나는 너무나 과분한 비관주의자. 무엇을 보아도 같은 표정 같은 몸짓 같은 죽음인 그녀에게 난 그저 무거운 개. 그녀의 무심하고 따스한 눈길 한 번에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듯 숨이 멎는 나를 봐 줄 여자는 그녀도 그녀의 친구도 아닌 내 안의 여자 뿐.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나를 봐주는 여자. 그런데 나를 그나마 봐주는 여자는 그녀 뿐. 그런데 그런 그녀의 눈빛조차도 숨 없는 폐의 마지막 움직임이자 단조로운 미의 살해. 창백한 날개를 자궁에 달고 시간의 시작과 끝에서 달이 된 나를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존속 살인 죄로 내가 끌려 가도 기다려 줘, 제발 그 무심한 눈알을 뽑아다 나를 향한 꽃다발에 같이 넣어 둬, 나를 불 태울 시스투스와 오만한 수선화를 같이 넣은 꽃다발 사이 위선적인 권위주의자 바다를 섞어 줘, 보드카를 마신 나의 눈알처럼 생긴 꽃의 수술을 먹자고, 내가 전부 준비할 수 있으니까 와 줘, 내가 포효한다.
의미 없는 사랑을 향한 더 의미 없는 갈망. 그녀가 나를 봐주는 건 나를 인지 못하기 때문. 나를 향한 눈빛도 눈알도 사실 전부 거짓.
하지만, 설령 그녀가 그 미적인 녹색 구더기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인지하지 못해도, 나는 그녀를 인지해 줄 것이다. 금발이 그녀의 코의 아래로 드리워 질 때 나는 그리워 진다. 그녀가 나를 직접 인지하며 봐줬을 지도 모르는 과거가 그녀에게 있다는 게. 그와 동시에, 그녀가 나를 인지했다면 나를 버렸을 거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녀가 나를 거부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는 이 세계가 어찌 보면 나를 위한 궁극의 낙원일 지도.
-사랑해, 의사들이 중얼거리는 의학 용어들은 들을 필요 없어
-(작가의 말) 다시 올린 이유 말씀 드릴게요. 지금 보니까 “감사드립니다”도 있는 말이고 제가 띄어 쓰기를 제대로 안 한 게 실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예 모른다고 대댓에서 쓴 점 탓에, 제가 모르는 것이었다고 말씀을 드릴려면 제 댓글이 다른 분들의 칭찬이나 반응보다 더 많아질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쓰면 또 어떤 친절한 분들께서 실제로 있는 말인데 제가 모른 거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죠? 그래서 아예 댓글이랑 소설도 같이 없애고 새로 소설을 올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들은 제가 사진으로 캡처해 두었고 아래 함께 넣었습니다.
(원본 작가의 말) 로맨스는 차마 못 쓰겠어서 일종의 정병(?)글을 써버렸습니다. 이 글에 담긴 해석은 여러 분들께 우선 맞길게요. 원래 제가 정한 비밀은 이번주 금요일에 말씀 드리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