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1 22:15•조회 41•댓글 2•白緣
그 때도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아.
나는 홀로 길고 고요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지.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 드는거야.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괜히 섬뜩한 상상을 하며 나는 뛰어가다시피 걸었어. 가로등이 깜빡거리는 외로운 거리를 지나 북적거리는 대로변으로 나왔었고.
그런데 하필 딱 내가 대로변으로 빠져나온 그 순간, 아줌마 차가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갔어.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이 되더라.
"당신 딸인가? 방금?"
"응? 누구?"
"방금 지나간 애 있잖아. 후드티 입고 야구 모자 쓴 여자애."
"그런 애가 지나갔어? 당신이랑 떠드느라 못봤네- 내 딸은 아닐걸? 내 딸이었으면 내가 알아봤겠지, 안그래?"
한순간에 나는 미행당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잊고, 분노에 휩싸였어. 물론 아줌마와 남자가 그 이야기를 진짜로 했을지 안 했을지는 모르지. 하지만 나는 당장 아줌마 차로 가서 욕설을 퍼붓고 아줌마가 만나는 남자를 걷어차버리고 싶었어.
그 순간, 아빠가 생각났어. 사랑하는, 보고싶은 내 아빠. 아빠의 얼굴을 떠올리며 십호흡을 깊게 했어. 내가 아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아줌마의 말을 듣고 유추해볼 수 있었지.
흡, 후우, 흡, 후우
점점 머리가 맑아지고 분노가 사라졌어. 예전같았으면 분노와 억울함, 원통함을 조절하지 못하고 차를 있는 힘껏 걷어찼겠지. 그치만 나는 분노에 적응했었어, 조절하는 데에도 익숙해졌던 때고.
그리고 그 때,
너를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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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