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분명히 깨끗했다.
아침에 씻을 때도, 손톱을 깎을 때도, 웃는 연습을 할 때도.
그런데 왜 오늘은… 왜 오늘은 내 얼굴이 두 개인 걸까.
왼쪽 나는 웃고 있는데, 오른쪽 나는 울고 있었다.
입술이 갈라지듯이, 동시에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너는 진짜야?” 내가 물었더니 거울 속 두 얼굴이 동시에 대답했다.
―너야말로 가짜야.
순간, 뒷목이 서늘해졌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거울 속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손을 들지 않았는데, 거울 속 나는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점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자,
나는 거울이 아니라, 내 목을 스스로 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손을 떼고 싶었다. 그런데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손가락이 뼈까지 파고드는 느낌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듯 또렷했다.
거울 속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알겠지? 나는 너야. 너는 나야. 그리고 우리는… 하나가 아니야.
그 순간, 거울이 쩍 하고 갈라졌다.
쏟아져 나온 건 파편이 아니라, 수백 개의 ‘나’였다.
모두 다른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비웃고, 절규하고, 기도하고, 침묵하는 수많은 나.
나는 그때 처음으로 확신했다.
내가 나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내가 믿은 ‘나’라는 존재는, 그냥 우연히 살아남은 거짓 중 하나였다는 걸.
그리고 지금, 내 눈을 감은 건 나일까?
아니면 내가 보고 있던 수백 개의 나 중…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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