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0 15:27•조회 52•댓글 1•유하련
몹시 따듯했다.
봄이 오나 여름이 오나, 사계절이 반복되는 어느 날에도
오차 없이 따듯했다.
나는 이 따듯함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아니하여도 그냥 믿었다.
그냥, 그냥 믿고싶었다.
- 나 할 말 있는데
- 나 할 말 있는ㄷ..
우리 사이로 파고드는 짧은 정적과 바람소리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 너 먼저 말 해
- 너 먼저 말 ㅎ..
또 겹쳤다. 한 번이였던 정적은 또 다시 일어났다.
어찌 하나도 맞지 않을까.
- 나.. 먼저 말 해도 돼? 아니면, 우리 같이 말할래?
- … 그럴까? 같이 말하자.
- 하나, 둘, 셋 하면 우리 말 하는거야.
- ..그래
- 하나.., 둘.., 셋
짧은 정적과 함께 서로의 목소리만 들린다.
- 우리 그만 만나자.
- 나랑 야경보러 갈ㄹ.. 뭐라고?
- 그만 만나자고. 미안, 먼저 집 갈게 너도 잘 들어가.
- …
이로써 완벽한 정적이 이루어졌다.
차가웠다.
이렇게 차가웠던 적은 없었다.
분명 선선했던 바람에, 얼음조각이 박혀 다시 날린다.
차가운 얼음조각이 스쳐, 상처가 생긴다.
그리고, 그 작은 얼음조각이 녹아 눈물이 맺혔다.
몹시 차가웠다.
나는
분명
영원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