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창문 앞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얼마 전, 한 쌍의 새들이 그 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창문을 열어 손을 뻗는다면 당연히 닿지 않을 거라고.
좀 떨어져 있는 거리였지만 그래도 그 새들의 종류가 무엇인지 알이 몇 개인지 알 정도는 되었다.
사실 집 앞 나무에 튼 둥지의 주인들은 잘 모르겠다.
그저 나의 무식함인지, 휴대폰을 들이밀 때마다 도망을 가서 검색을 못했기 때문일 지 모른다.
뭐, 종류야 어차피 새끼들을 까고 나면 떠날 애들이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둥지에 든 알은 총 네 개였다.
그 중 한 알이 다른 알들보다 크기가 커 눈에 띄었다.
퇴근하여 집으로 오면 맨 처음 둥지부터 확인하였다.
* 오늘도 부화는 아직인가?
아기 새들의 부화를 기다리며 시간을 때웠다.
사회생활 따위를 걱정해야 하는 인간 사회보다는
이렇게 새 구경을 하는게 더 재밌었다.
며칠 뒤, 작은 알 하나가 껍질을 깨고 나왔다.
부화 당시의 장면은 내가 회사에 가 있던 중이라 못 봤겠지만, 깃털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소리내어 우는 새끼 새를 보고있자니 참 외계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미새는 초롱초롱한 눈에 깔끔한 갈색과 환색이 섞였는데,
아기 새는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검은 멍이.
갈색이나 흰색 깃털 따위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생닭이라고 해도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나는 그게
뻐꾸기의 새끼가 아닐까 생각했다.
왜, 있지 않는가?
뻐꾸기라는 탁란을 하는 새 말이다.
아무리 봐도 외계인 같이 생긴 것이
아마 뻐꾸기 새끼가 아닐까 생각했다.
* 뻐꾸기 새끼는 둥지에 있는 다른 새끼와 알들을 전부 죽여버린다고 하던데...
친구에게 들었던 뻐꾸기의새끼에 관한 내용을 떠올렸다.
탁란을 한 뻐꾸기의 새끼는 둥지 안에 있는 다른새끼와 일들을 전부 죽이고서 먹이와 보살핌을 독차지한다.
나 같은 성인도 엄마의 보살핌을 뺏어간 동생이라는 것에 대한 살의를 참고 있는데, 뻐꾸기는 그런 것 없이 그냥 죽여버리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내가 이 살의에 대해 얼마나 이성적, 인간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알았다.
앞으로 동생 베게 뒤에 부적을 숨겨두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나는 뻐꾸기 새끼가 아니니까.
여튼, 나는 다음으로 부화할 새끼들을 위해 저 뻐꾸기 새끼를 내가 선수쳐 죽여주기로 했다.
창문에서 손을 뻗어도 둥지에 있는 새낄 꺼내 울 만큼
내 팔이 길지는 않으니 도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엄마가 신발 정리 할때 사용하는 집게를 가져왔다.
이걸로 환경미화원 할아버지들이 쓰레기를 줍기도 하던데 엄마는 그냥 하나 사고서 신발 한 짝씩 짝 맞춰 정리할 때만 쓰고있다.
간다고 하던 봉사는 가지도 않고 말이다.
그 집계를 가져와 창문을 열어 둥지 쪽으로 뻗었다.
가까스로 닿아서 새끼를 집었다.
아기새가 소리를 질렀다.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서 시끄러워 고막이 터질 것만 같았다.
동생이 울 때도 이렇게까지 시끄럽지는 않았는데...
역시 쟤는 죽이는 게 맞는 것 같다.
집게를 양 손으로 잡아 천천히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둥지를 벗어났을 때 쯤에 집게의 힘이 약했던 탓인지
잡게가 풀리며 새끼가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 나뭇가지 중간에 걸렸지만 거기까지는 집계가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무 아래로 가서 잡을 높이도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어미나 아비가 다시 둥지에 집어 넣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신경을 껐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도
그 새끼 새는 둥지에 돌아오지 않았다.
* 역시 걘 뻐꾸기가 맞았던 거야. 부모도 구하려 시도하지 않았잖아?
그렇게 판단하고 회사 갈 준비를 했다.
아, 한 둥지에 여러마리의 뻐꾸기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뻐꾸기 새끼 한마리는 내가 이미 처리 했지만 또 남은 개체가 있을 수 있고 저 부모 새들은 그걸 구분하지 못할테니...
앞으로도 뻐꾸기 같은 게 태어나면 내가 먼저 처리해야 겠다. 불쌍한 부모 새들이 자기 새끼도 아닌 걸 키우려
시간과 공을 들이는게 너무 불쌍해서 내가 특별히 친절을 베푸는 거다.
물론 부모 새들과 친 새끼들은 그걸 모르겠지만 원래 봉사는 그린 걸 바라지 않아야 한다고 엄마가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참 내 동생도 참 뻐꾸기 새끼같다.
친 형제도 아니고, 매우매우 다르게 생겼다.
인간들 중에도 뻐꾸기 같은 인간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동생이 나중에는 날 죽이지 않을까? 동생은 뻐꾸기니까. 그렇다면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하지 않을까?
~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하셨다. 내가 왜 동생을 죽인 것인지. 하지만 난 그냥 뻐꾸기 새끼를 처리 한 것 뿐이다.
이 말을 들은 부모님은 더욱 이해되지 않는 다는 얼굴을
하셨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은 부모 새니까 날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 내가 더 지켜줘야지.
그들이 더 이상 뻐꾸기 새끼를 데려와 피해받지 않도록 말이다.
둥지에 있던 뻐꾸기새끼들도 모조리 없앴다. 다행히 한마리는 뻐꾸기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이에 태어난 새끼인데 가장 큰 알에서 태어난 새끼이다.
난 열심히 봉사해서 엄마한테 칭친받고 싶었는데... 엄마는 새로 데려온 뻐꾸기 새끼 때문에 정신이 없다.
불쌍한 엄마... 내가 도와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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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
https://curious.quizby.me/5eo1…+ 제가 중학생 시절에 쓴 단편을 맞춤법만 고친 겁니다. 요즘 유물들이 많이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