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가게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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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5 17:35조회 47댓글 1한 장
⠀20××년 11월 29일. 지금의 사람들은 감정을 사고 팔 수 있다. 어느 날, 과학자들이 사람의 감정을 결정처럼 추출해서 병에 담아 판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점차 그 감정들을 화폐처럼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는 그 과학자들이 만든 웹사이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감정 판매라는 개념이 널리 쓰이면서 자연스럽게 감정 가게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됐다. 감정 가게는 이제 어딜 가든 볼 수 있고 감정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도 많아졌다.

"안녕하세요, 혹시 행복 남았어요?"

⠀나는 감정 가게에서 일한 지 4년차인 직원 류한나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팔아 생활비를 벌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감정을 사서 살아간다. 하지만 행복같은 감정들은 애초에 공급량이 적어 구하기 힘들고, 있더라도 굉장히 비싸다.

"손님,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에는 행복이 재고가 많이 안 들어와서요."

"아 그러면 혹시 즐거움이라도.."

"즐거움은 두 병 정도 재고 있어요."

"즐거움 두 병 주세요."

"네, 두 병 하셔서 100만 원 입니다. 선물 포장 필요하세요?"

"아니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항상 사람들은 좋은 감정만을 찾는다. 안 좋은 감정은 재고가 넘쳐흐르는데, 좋은 감정들만 나가니 쓸모가 없었다. 오늘은 창고 정리를 해야 해서 가게 문을 평소보다 1시간 먼저 닫고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 2명과 함께 하기로 했다.
⠀문을 열고 창고에 들어가니 안 좋은 감정들만 가득했다. 죄책감, 화남, 짜증남 등의 감정 병들이 담겨있는 상자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감정 병들이 담겨있는 상자를 열자 감정을 추출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사랑을, 희망을, 행복을 추출하고 감정 가게에 주며 돈을 받고 겨우 살아간다. 그러니 점점 무기력해지지만 돈이 급한 사람들은 무기력을 신경쓸 틈도 없이 여기저기서 일을 한다. 그들은 그저 '요즘 힘이 없네'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 한나 선배님! 여기 못 보던 감정이 있는데, 추출자 이름도 없어요.."

⠀나는 후배 직원인 한서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서 직접 확인해보니 정말 추출자 이름도 없었다. 이렇게 되면 감정의 값어치를 정하는 가게 직원들 입장에서도 난감해진다. 그러다 뭔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그거 불법적으로 복제한 거 아니야?"

⠀이 감정 병엔 '누군가를 진심으로 용서한 순간'이라고 적혀있었는데 합법적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가게에서는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감정은 판매하지 않는다.

"아, 그런가 봐요 선배님. 폐기할까요?"

"..그냥 둬. 필요한 사람 있으면 싸게라도 팔면 되니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창고에서 나가 감정 메뉴판에 그 감정을 추가했다. 그리고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도 추가했다. 재고는 한 개뿐이지만 누군가는 살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지만 과거의 나는 그 감정을 판매함으로써 어떤 일이 생길지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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