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0 00:12•조회 75•댓글 5•미키
제목: 10월 9일, 세 사람의 암호
10월 9일 아침, 미키의 집 대문 앞에는 이미 두 명의 불청객이 서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공읽과, 그 옆에서 휴대전화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뭔가를 계속 지워대고 있는 립지였다.
"야, 미키. 생일 축하한다."
공읽이 특유의 딱딱한 말투로 입을 뗐다. 이름처럼 늘 '공지사항 읽어주는 남자'처럼 행동하는 녀석다웠다.
"오늘 스케줄 공지한다. 11시 영화, 1시 점심, 3시 PC방. 토 달지 마라. 이상."
미키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신발을 신었다. 옆에 있던 립지는 대답도 없이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립지는 SNS에 올라온 미키의 흑역사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신고하고 삭제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 립지. 적당히 지워. 내 생일 축하글까지 다 지우는 거 아니지?"
"걱정 마, 미키. 네 굴욕 사진만 골라내는 중이니까. 내 이름이 왜 립지겠냐? 리플 지우기의 달인이라고."
셋은 나란히 동네 골목을 걸었다. 공읽은 앞장서서 길 안내(공지)를 하고, 립지는 뒤에서 셋의 발자국을 지우듯 SNS 흔적을 정리했다. 미키는 그 중간에서 두 친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근데 너네, 내 생일이 한글날이라고 이름 일부러 그렇게 지은 거 아니지?"
"공지 읽어봐라. 우리 우정은 한글처럼 영원하다고 적혀 있다."
"난 그 오글거리는 멘트 리플 달리면 바로 지울 거야."
미키는 10월 9일이 되면 항상 이 두 녀석 덕분에 웃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이름을 가진 친구들, 공읽과 립지. 그들이 있는 한 미키의 생일은 절대 조용히 넘어갈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