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곧 중추라 하니,
하늘에 걸린 둥근 달빛이 천하를 두루 비추도다.
바람은 맑고, 들판에는 곡식이 익어 황금물결이
출렁이며, 처마 밑에 매어둔 곡식단마다
해가 거둔 풍요를 자랑하거늘
내 마음은 어찌 이리도 고요치 못하단 말인가.
어릴 적이면 한가위 저녁에 온 집안 식구들이
둥근 상에 둘러앉아 송편을 나누고,
달맞이에 나서곤 하였도다.
아이들은 웃음소리 넘치게 뛰놀며
어른들은 술잔을 돌려 풍년을 감사하고,
달빛은 그 모든 얼굴마다 환히 내리쬐었으니
그때의 웃음소리와 풍경이 눈앞에 선히 그려지건만,
지금 이 몸 홀로 달빛을 마주하니,
그 정경이 마치 남의 일인 듯 멀고도 아득하구나.
저 둥근 달은 예나 이제나 다름없거늘,
사람의 인연만은 세월 따라 흩어지고 흩어져,
오늘 이 밤에도 그리움만이 가슴을 적시는구나.
어머니의 손길 아래 정성껏 빚어내던
송편의 맛이 잊히지 아니하고,
고향의 장독대 사이로 스며들던 솔잎 향기와
아이들 재잘거리며 부르던
강강술래의 노랫가락이 귀에 울려오는 듯하니,
내 눈시울이 젖지 아니할 수 있으리오.
아아, 한가위란 풍요와 단란의 절기라 하나,
그 풍경 속에 함께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도리어
더 깊은 고독이 되는 법이로다.
저 달빛이 만리를 두루 비춘다 하나,
타향에 흩어진 가족의 얼굴까지
내 눈앞에 불러주지는 못하리라.
허나 달은 묵묵하고,
그리움은 내 가슴만을 무겁게 짓누르는도다.
오늘밤 또한 술잔을 들어 달을 벗 삼고,
지난날을 추억하며 그리운 이를 마음속에 불러본다.
비록 목소리는 메아리치지 아니하나,
이 눈물과 한숨 또한 달빛에 젖어
하늘에 닿으리라 믿노라.
만일 저 둥근 달이 나의 소망을 들었거든,
사랑하는 이들 편안히 있기를 비옵고
머잖아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웃음 나눌 날이
오기를 기약하노라.
달은 둥글어도 내 마음은 기울어 있고,
세상은 풍요로워도 내 품은 여전히 허전하니,
이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라 하겠도다.
허나 오늘밤만은, 그 허전함마저 달빛에 기대어,
내 삶 또한 한 줄기 빛으로 이어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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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思: 월사
⇒ 달을 보며 떠올리는 그리움
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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