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8 16:52•조회 50•댓글 3•듀와왓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나는 있지도 않은 영원을 네게 속삭이고는 사라졌지만 네 마음속에서 나는 영원할 거야. 우리 관계가 이런 말을 할 그런 관계는 아니지만, 우리 멋대로 형용할 수 없는 관계이지만. 그래도 나는 네 마음속에 있어. 영원해, 영원히 빛날 거야. 네 곁에서 영원히 빛날 수는 없지만 괜찮아. 나는 네 마음속에서 영원할 거니까. 꺼지지 않는 빛이 되어서 네 마음속을 밝힐게. 약속해, 나는 이제 네게서 사라지지 않아. 우리는 언제나 함께야.
한 명이 죽어야 영원할 수 있는 관계의 대명사는 우리가 아닐까. 둘 다 살아서 영원할 수는 없어. 인간에게 영원한 사랑, 영원한 생명, 영원한 모든 것들은 영원할 수 없는 거짓들이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영원을 속삭여. 영원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영원을 원하고 속삭이는 거야. 그래야만 마음이 놓이거든. 정말로 내가 영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상대와 영원을 속삭인 게 행복해서. 나도 그런 사람들과 같아. 영원을 믿고, 따르고, 사랑하지. 그렇게 생겨먹었어, 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믿으며 사랑해. 그런데 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 영원을 믿으며 사랑하는 이와 영원을 속삭이면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 우리 처음 영원을 속삭이며 어린아이처럼 웃었던 때가 있었잖아. 새끼 손가락을 고이 걸고 우리 함께 영원히 사랑하며 영원히 살자고 약속했잖아. 나는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 네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어린 아이처럼 꺄르륵 웃는 네 목소리는 또 얼마나 고운지. 나는 그런 너를 보며 또 영원한 사랑과 영원함을 속삭여.
우리는 마치 영원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 영원이 무언지도 잘 모르면서. 영원을 겪지도 못했으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하자고 속삭이지. 너도, 그리고 나도. 결국 자기 만족이야. 언젠가는 떠날 너를 걱정하는 지금의 자신을 위한 거짓된 위로. 나는 가능하다면 영원을 속삭이던 반짝이는 그 순간을 지워버리고 싶어. 그러면 그 기억은 뿌옇게 번지고, 번져서. 결국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겠지. 하지만 알아볼 수 없을 우리의 영원함을 나는 사랑할 수 있어. 나는 너에 대한 모든 것이면 무엇이든 사랑하니까. 내가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는 우리의 흐린 추억들을 껴안고 지낼게. 하나하나 다 소중히 쓸고, 안고, 추억할게. 그러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너를 만나게 된다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너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때 너는 잊었을 수도 있는 우리의 흐린 추억들을 품에서 꺼낼게. 그러고 우리 함께 우리의 기억을들 더듬으며 추억하자. 분명 행복할 거야. 과거를 보며 현재를 추억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우리 한 번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