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유영하던 스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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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3 16:49조회 29댓글 0J1onn - 지온
밤비가 가늘게 내리던 역 플랫폼. 차가운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빗방울마다 매달린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았다. 플랫폼 너머로 흐르는 어둠은 깊고 묵직했으며, 멀리서 기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 울림은 내 심장에 닿아 느리게 진동했다.

한때 두 손으로 꼭 움켜쥐던 꿈들은 이미 오래전에 무게를 잃었다. 너무 세게 붙잡을수록 흩날리던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스무 살의 계절은 그렇게 손안에서 가볍게 부서졌고, 나는 그 잔해 위에 앉아 있었다.

젖은 낙엽은 플랫폼 바닥에 눌려 어둡게 변해 있었다. 사람들의 발자국 아래 조용히 으스러지는 그것을 보며,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무너지는 것도 결국은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일이라면, 나도 어쩌면 여전히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기차의 불빛이 서서히 플랫폼을 물들이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삶은 아마도 그렇게 달리는 것,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테니까.

밤아, 계속 깊어져라.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더 빛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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