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1 09:43•조회 74•댓글 6•윤
그리고 그는 다시, 과거로 향했다.
진우는 눈을 떴다.
어디서 많이 본 복도,
익숙한 빛, 그리고…
지금 막 교실 문을 열고 나오는 한 사람.
소윤이었다.
딱 그 순간이었다.
처음 그녀와 마주쳤던 날.
두 눈이 마주치고,
처음 말을 걸었고,
모든 인연이 시작됐던… 그 찰나.
진우는 멈춰 섰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지금 말을 걸면,
모든 게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었다.
소윤은 진우를 스쳐 지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진우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복도를 걸었다.
그날,
진우는 소윤을 만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여러 번,
멀리서 그녀를 볼 일이 있었다.
강의실
도서관
정류장.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진우는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소윤은 어떤 남자와 웃으며 걸어갔다.
행복해 보였다.
아무 일도 겪지 않은 사람처럼.
진우는 멀찍이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작게 웃으며 혼잣말했다.
“그래…
이번엔, 정말 잘 지내는구나.”
그 미소엔 후회도, 미련도 없었다.
그건 그저,
진짜 사랑이 떠나는 방식이었다.
.
.
.
진우는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사람들 틈 사이로,
낯익은 실루엣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소윤이었다.
정확히, 그녀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진우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주 짧은, 한순간.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길을 향해 걸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