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 23:00•조회 76•댓글 3•@ 송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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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전세연
너 이거 받아. 안 받을 거면..버리든지 "
이 한마디로 너는 나에게 세잎클로버를
꼭 쥐어주고 도망가듯 뛰어간다.
꼬깃꼬깃한 코팅이 된 세잎클로버는
내 마음도 꼬깃꼬깃 접어 가는 거 같다.
더운 여름, 행복은 그렇게 찾아왔다.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라이벌이었다,
" 자 - 세연이, 민우 준비 ~ 시작 삑 - "
오늘도 예고 없이 울린 출발음.
예고 없이 나타난 너는 나의 출발선을
뒤흔든다.
늦은 스타트.
한여름에 물 만난 돌고래처럼 유영하는 너의
뒤를, 다급하고 서툰 잠영으로 나는 너를 따라간다.
" 후아 - "
가장 시원해야 했을 순간이
먼저 도착해서 나에게 손을 흔드는 너로 인해
녹아버린 느낌이었다.
" 이민우 ~ 역시 예선을 쉽게 통과하겠네.
세연이도 잘했어 "
' 잘했어 '
언제 들어도 달콤한 말이지만
더운 여름인지, 너 때문인지
한 소녀의 마음을 이유 모를 심술이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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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전세연 - 빨리 와 "
오늘도 너는 세상과 수영장이 이어지는 통로.
푸른 계단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오자, 너는
세잎클로버의 안부를 찾는다.
" 이거? "
나는 세잎클로버를 흔들어 보였다.
세잎클로버를 본 너는.
보조개가 보일 듯 말듯 해맑게 웃었다.
왜 그랬을까?
이런 해맑은 모습이 심술이 났던 걸까?
나는 너를 ' 툭 - ' 가볍게 쳤다.
"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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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운동을 다시 못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민우네 아버지가 우셨다.
5년 전, 민우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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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들어가자 퍼지는
여름 초원의 향기.
너였다.
" 어! 세연아 "
해맑게 웃으면 나를 부르는 너를 보니.
" 어.. "
눈물이 흘렀다.
이 한여름에, 꿈을 잃은 너가 아닌
죄책감에 젖은 내가 울었다. 너는 아무말 없는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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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더웠던 여름,
내게 필요했던건
세잎클로버도, 행복도 아닌.
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