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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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1 11:32조회 70댓글 7unname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의 몸이 이상해졌다. 기분이 좋으면 몸살이 난 것처럼 온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살점이 툭 하고 떨어져 나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살점은 세상 그 어떤 고기보다 맛있었다. 게다가 살이 떨어져 나간 자리는 금방 새살이 돋았다. 통증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 살점을 '행복육'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자기 살을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열광했다. 도파민이 솟구칠 정도로 기분이 좋을 때 나온 고기일수록 맛이 뛰어났다. 사람들은 맛있는 고기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복해지려 노력했다.

가난한 자들은 코미디 프로를 하루 종일 보며 억지로 웃었고, 부자들은 마약을 하거나 자극적인 유흥에 빠져 살을 찌웠다. 굶주림이 사라진 세상이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김 씨는 운이 좋지 않았다. 그는 태생적으로 무덤덤한 성격이었다. 아무리 웃긴 것을 봐도, 좋은 것을 먹어도 몸에서 고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매일같이 신선한 자기 살을 구워 먹으며 통통하게 살이 올랐지만, 김 씨만 뼈만 남은 채 말라갔다.

"여보, 당신도 좀 웃어봐요. 이 맛있는 걸 왜 못 먹어."

아내는 자기 허벅지에서 떼어낸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김 씨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지만, 살점은커녕 각질 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행복육 거래소'가 생겼다. 자기 고기를 못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남의 행복육을 파는 곳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진심으로 행복한 사람'의 고기는 다이아몬드보다 비쌌다. 가짜 웃음으로 만든 고기는 비린내가 나고 질겼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결심했다. 아들에게 최고의 고기를 먹이고 싶었다. 그는 수소문 끝에 도시 외곽의 한 저택을 찾아갔다. 그곳엔 '행복 사육사'라 불리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진짜 맛있는 고기를 원하나?"

노인이 안내한 지하실에는 십여 명의 사람이 금으로 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들은 눈을 가린 채 귀에는 헤드폰을 쓰고 있었고, 입에는 끊임없이 달콤한 영양제가 주입되고 있었다.

"이들은 지금 가상 현실 속에서 세상 최고의 극락을 맛보고 있네. 이들에게서 나오는 고기는 한 점에 수억 원을 호가하지."

노인은 능숙한 솜씨로 한 청년의 옆구리에서 툭 튀어나온 살덩이를 베어냈다. 청년은 아픈 기색은커녕 꿈결인 듯 미소만 지었다. 김 씨는 그 고기를 조금 얻어 집으로 가져왔다.

그날 밤, 김 씨의 가족은 난생처음 '최상급 행복육'을 맛보았다. 아이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아내는 황홀경에 빠졌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사건이 터졌다. 그 고기를 먹은 아내와 아이의 몸이 이상해진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행복해진 나머지, 몸의 제어력을 잃고 살점이 쉴 새 없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빠, 기분이 너무 좋아... 그런데 멈추질 않아!"

아이가 웃으며 소리쳤다. 아이의 팔다리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듯 살점으로 변해 바닥에 쌓였다. 아내 역시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거대한 고기 덩어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김 씨가 거실을 가득 채운 가족들의 고기 더미를 보며 절규했다. 그런데 그 순간, 김 씨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것은 '극도의 공포'와 '절망'이었다.

툭.

김 씨의 가슴팍에서 거무죽죽한 고기 한 덩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김 씨는 깨달았다. 시스템이 바뀌었다는 것을.

세상이 너무 행복해지자, 신은 '행복'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대신 이제는 누구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한 절망'을 귀한 고기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 밖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행복육 거래소의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탐지기를 들고 김 씨의 집 앞에 멈춰 섰다.

"여기다! 여기서 역대급 '절망육'의 냄새가 난다!"

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직원들은 가족의 고기더미 속에 파묻혀 울부짖는 김 씨를 보며 환호했다. 그들은 김 씨를 소중하게 들어 올렸다.

"걱정 마세요, 김 씨. 당신은 이제 귀빈입니다. 절대로 죽지 않게 해드릴게요. 매일매일 당신의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 상기시켜 드리고,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을 맛보게 해드릴 겁니다."

김 씨는 끌려가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가 비명을 지를수록 그의 몸에서는 더 크고 기름진, 검은 고기들이 쉴 새 없이 툭툭 떨어져 나왔다.

사람들은 그 고기를 받기 위해 접시를 들고 줄을 섰다. 그들의 얼굴에는 침샘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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