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고민_ 1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이단아, 요즘 그 승객분은 안 오시지?
• 응, 아마 잘 지내시나 봐. 매일같이 찾아오실 때는 조금 걱정되었는데, 행복하시면 됐지.
° 너 이제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1시에 일 있다고…
• 아 맞다-. 나 이제 가볼게.
이번 승객은..
검은 머리에 오리 인형을 들고 있는 7세 남자아이. 이름은 권지훈.
• 오늘은 어린아이인가…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터널의 끝으로 향했다. 빛이 나오는 작은 랜턴을 들고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터널 끝을 향해 걸어갔다. 아이가 긴 어둠을 지나 올 수 있을까 잠시 걱정되었지만, 내가 마중 나가면 되니까. 나는 그저 지훈이가 터널의 끝에 도착하기를 벽에 기대어 담담히 기다렸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터널 밖으로 작고 귀여운 남자아이가 나왔다. 나는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 지훈이 맞아요?
아이는 고개를 작게 끄덕일 뿐이었다.
• 잘 왔어요. 지훈이는 오늘 속상한 일 있었어?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그만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오늘 우리 엄마랑 놀이터에 갔는데요, 거기서 강아지도 보고 너무너무 좋았는데, 미끄럼틀을 두 번밖에 못 탔어요… 그래서 엄청 속상했어요.
나는 옥구슬 같은 목소리와 아이다운 고민에 웃음이 새어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억누른 채 이야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기차역으로 아이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 그렇구나, 많이 속상했겠다. 그렇지만 지훈이가 하루 밤만 자면 또 날이 밝을 거고, 그때 어제 두 번 했던 걸 세 번 해보고, 네 번 해보면 되는 거야.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꼭 내일이 아니어도 돼. 오늘과 내일 사이에는 잠을 자고, 꿈에서 미끄럼틀을 더 타면 되는 거지. 기회는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니까, 다음 번에는 더 웃으면서 노는 거지.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풀숲의 끝이 보였다. 나는 기차역이 보이기 직전 잠깐 걸음을 멈추고 옅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시 열었다.
• 내일은 미끄럼틀 더 많이 타고 형아 찾아오지 않기로 약속해요. 자, 손가락 약속!
수줍게 내민 손가락을 걸고 작은 약속을 한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고민이겠지만, 아직 세상을 오래 살아보지 않은 7세 남자아이에겐 가장 큰 고민이었다.
풀숲을 벗어나자 바다 내음을 풍겨오며 우리를 환영해 주는 작은 기차역이 보였다. 푸른 하늘 아래로 날개를 펼친 새들과 잔잔한 파도 소리가 마음을 비워 주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위험한 횡단보도를 건너 마침내 기차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기차역 의자에 나란히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차를 기다렸다. 멀리서 철이 구르는 낮은 울림이 들리며 기차가 우리 앞에 서서히 멈췄다. 나는 지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 지훈아, 신나는 꿈 꾸러 가볼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https://curious.quizby.me/Si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