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참 이상하다. 시작의 순간에는, 모든 것이 단 하나의 기적처럼 새롭고 반짝인다. 그 사람이 하는 말 한마디, 손짓 한 번에도 숭고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그 모든 기적이 일상의 무늬처럼 무뎌진다. 사랑이 습관이 되어버리는 그 아이러니. 너와 내가 그랬다.
그 해 가을, 우리는 계화 향이 가득한 공기 속에서 처음 만났다. 햇살이 건물 사이로 조각처럼 부서져 내리던 순간, 너는 그 빛의 중심에서 세상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세상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내 하루가 너로부터 시작되어 너로 끝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진리인 줄 알았다.
겨울이 오기 전, 우리는 자주 싸웠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우리는 이야기 한 번 나누지 않았다. 나는 이유를 알고 싶어 매달렸고, 너는 불가피한 결말을 피하려 대답을 피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던지고, 뒤돌아 후회하며 울면서도, 다시 서로를 찾았다.
바람이 유난히 차가워 모든 것을 예감하게 하던 날, 넌 두 뺨이 모두 빨개져 이별을 고했다.
“우리, 이제 더는 안 될 것 같아.”
그저 눈을 내리깔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소리도, 눈물도, 변명도 없이, 그저 단 하나의 문장으로 모든 애틋한 구조가 무너져버렸다.
헤어진 뒤 며칠 동안, 나는 네가 없는 낯섦을 견딜 수 없었다. 길을 걸으면, 모든 곳에서 너의 텅 빈 그림자가 겹쳐졌다. 카페 창가, 버스 정류장,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에서도 네 그림자가 선명한 듯 했다.밤에는 휴대폰의 불빛 아래에서 너의 대화 창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고, '삭제' 버튼 위에 손가락이 머물다가, 결국 아무것도 누르지 못했다.
시간이 망각을 데려와 줄 줄 알았다.
우연히 보게 된 네 모습은, 멀리서, 웃고 있었다. 옆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나는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서 숨 쉬는 것을 잊어먹었다. 참 예뻤던 웃는 모습이였다.
우리는 인생의 끝까지 함께 가지 못했지만, 너를 만난 경험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시간 동안만큼은, 나는 진심으로 찬란했으니까. 그냥 그때의 우리가, 그날의 햇살처럼, 조용히 마음 속에 남아있는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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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옛날에 썼던 실화글 가지고 왔어요.
초 5 때 써서 조금 미흡해요.
https://curious.quizby.me/Hu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