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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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0 22:39조회 42댓글 5오월
언젠가 내 몸에 망념이 개화했다
쇄도하는 낙심
증식되는 부조리와
수선의 난사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심연 속에서 보는
빛의 잔열은
허무하기 그지없었고
대신 엉뚱한 의문이 자리잡았다

삶이란 무엇인가?

한동안 생각해왔다
내가 누구인지
누구여야 하는지
왜 살아야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정답은 너이다
삶의 의미는 너여야 했다
하지만 연은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렸고
내 삶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를 사랑해야 하지만
온 몸이 그를 거부했다
널 만난 건 기적이라고
그렇게 해맑게 웃던 시절은
상한 우유보다도 못한 찌꺼기가 되어
뇌리를 해매고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병에 걸렸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결코 부정하지 못할 현실이다

나는 병에 걸렸다
너를 사랑해야 하는 세상이 미운
여린 소녀의 반항심은
애정결핍의 희회화일 뿐이며
책임져야 할 불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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