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2 21:12•조회 55•댓글 4•조유담
바람은 오늘도 조용히 창을 두드린다.
작은 도시의 오래된 골목, 세탁소 옆에 자리한 빵 가게. 유리창 너머,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에 한 소녀가 앉아있다.
그녀는 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반쯤 열린 입술, 살짝 돌아본 어깨, 그리고 고요한 눈동자.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귀만 본다. 그곳에 걸린, 한 알의 진주.
진주는 빛을 삼키고 고요를 비춘다.
누군가는 “그저 장식일 뿐”이라 했고, 누군가는 “귀족의 상징”이라 했다.
하지만 소녀는 속삭인다. 이건, 장식도 상징도 아닌 나 자신을 담은 돌이에요.
그녀는 아주 오래전, 사랑을 듣는 법을 배운 적이 있다.
지붕 위로 비가 속삭일 때, 바람이 문틈으로 안부를 전할 때,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이 무겁게 침묵할 때.
그때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살짝 돌리고, 그 진주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귀에 걸린 것은 보석이 아니었다.
아직 말하지 못한 이별, 전하지 못한 고백, 지나간 계절의 마지막 인사.
진주는 수없이 많은 마음의 결을 받아들였고, 그 무게로 더욱 반짝였다.
그러니까,
그녀는 듣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창 너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숨결까지.
어쩌면 우리가 다시 말을 잃게 되는 날,
그녀는 또다시 그 어깨를 살짝 돌려
진주에 마음을 걸어둘지도 모른다.
조앤스 버미어-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