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8 16:57•조회 34•댓글 2•depr3ssed
덧없이 피었다 져버렸다는 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고
운명의 붉은 실도 꿈결 같은 사랑도 우리 사이엔 존재할 수 없었던 말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그렇지? 운명의 실은 있다고 믿었던 바보같은 나를 용서해줘 이 말이 닿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 물론 사랑했던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때 널 밀어내지 않은걸 조금 후회하고 있기도 해
그래 나의 여름을 빼앗아버린 너야 뜨거운 햇살 아래 나를 못 본 척 하던 너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가뜩이나 더운 여름을 더욱 습하고 끈적끈적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무언가 할 말이 있다면 지금 하도록 해 이 순간 이후로 봄의 경치에 취했던 우리는 영원히 우주의 저편으로 날아갈 테니까
나의 가을을 더욱 쓸쓸하게 비워버렸던 너야 어서 빨리 내 앞에서 사라져줘 가을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하나에도 괴로워했던 나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살아줘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후회해줘
나의 겨울을 따뜻하게 채워줬던 너야 너와의 추억도 사랑도 그리움도 미움도 전부 겨울 눈과 함께 찾아올 햇빛에 녹여버릴 테니 나의 머릿속에서 아주 잠깐만 회상할 시간을 줘 먼저 사라지지 말고
나의 봄을 끝내지 못한 너야 너는 어째서 나에게 저주를 걸지 않는 거야 이젠 정말 끝이잖아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해도 기껍게 받아줄 수 있는데
아직도 봄에 취해 꿈에서 깨지 못했다면 그 상태로 있는 게 좋을 거야 너에게도 나에게도
이번 여름의 불꽃놀이는 정말로 함께 보고 싶었는데
이번 가을의 단풍으로 물든 산 아래 서 있는 너를 보고 싶기도 했는데
다가올 겨울의 첫눈 등을 맞대고 서로를 생각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전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모두 전하기엔 몇날 며칠을 꼬박 새워서 얘기해야 할 정도로 너를 향한 사랑해는 너무나 다양한 모양들로 섞여있는데. 여기서 끝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아직은 너무나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여름의 코앞에서 너는 봄의 잔해가 되어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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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